[뉴스토마토 임삼진 기자] 인공지능(AI)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기술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2024년 여름,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시안 오도노반(Cian O'Donovan)을 비롯한 연구팀은 AI를 연구하는 미국, 영국, 중국, 독일, 인도 등 세계 4260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4월 초 프리프린트 플렛폼 '제노도(Zenodo)'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서 연구팀은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 결과와 지난 2023년 영국 통계청(the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해서 발표했습니다.
AI 연구자들, 일반 대중보다 AI 기술의 미래에 낙관적 입장
AI 연구자들은 일반 대중보다 AI 기술의 긍정적인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의 54%는 “AI가 위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영국 대중은 13%에 불과했습니다. AI 연구자들은 일반 대중보다 AI의 미래에 대해 훨씬 더 낙관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AI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진술에 동의한 AI 연구자는 1% 미만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영국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영국 통계청 조사 응답자의 36%는 ‘AI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에서 AI 연구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상당히 커다란 차이가 납니다.
AI의 가장 긍정적인 영향은 ‘교육 및 지식에 대한 접근성 향상’
‘사람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AI 연구자들의 응답(복수 응답) 결과는 ‘교육 및 지식에 대한 접근성 향상(75%)’, ‘노동을 쉽게 만듦(72%)’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57%)’ ‘가사 노동의 편의성 향상(55%)’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 감축(47%)’ ‘쇼핑 경험 개선(4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AI 연구자들의 응답 결과. (자료=Zenodo)
AI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허위 정보 식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
하지만 AI 연구자들이 모든 면에서 낙관적인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AI 연구자들도 일반 대중과 마찬가지로 허위 정보, 데이터 사용 및 사이버 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AI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AI 연구자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있다면 어떤 방식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질문에 대한 AI 연구자들의 응답(복수 응답) 결과는 ‘허위 정보 식별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77%), ‘개인 정보가 사용자 동의 없이 활용’(65%), ‘사이버 범죄 경험 가능성 증가’(59%), ‘사회적 상호작용의 감소’(47%), ‘일자리 위협’(44%)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사람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AI 연구자들의 응답 결과. (자료=Zenodo)
“AI 개발, 속도보다 신중함 필요”
‘인공지능은 가능한 한 빨리 개발되어야 한다’라는 진술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물음에 AI 연구자들의 응답 결과는 ‘전적으로 동의’(10%), ‘동의하는 편’(19%), ‘보통’(31%), ‘동의하지 않는 편’(28%),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12%)로 나타났습니다. 동의한다는 응답이 29%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40%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이 응답은 국가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났는데, 중국의 AI 연구자들의 경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60%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17%에 비해 훨씬 많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다룬 <네이처(Nature)> 뉴스는 “가장 눈에 띄는 결과 중 하나는, AI는 가능한 한 빨리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구자의 비율이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술 기업들이 보여준 '속도 중심'의 개발 방향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라고 썼습니다.
‘인공지능은 가능한 한 빨리 개발되어야 한다’라는 진술에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AI 연구자들의 응답 결과. (자료=Zenodo)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 결과는 AI라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논문의 결론에서 “AI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현재는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큰 목소리에 묻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AI 회사를 이끌고 있고, 일부는 이 기술의 전도사이며, 일부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한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AI 궤도를 가속화하는 데 직접적인 재정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시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우려의 시각을 표현했습니다. AI 연구자들은 AI라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기술에 대한 다양한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정부와 AI 관련 기업의 성찰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는,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가에 대한 가치와 의미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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