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씨가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일주일 만이다. 파면 이후 관저를 떠나기까지 윤씨의 막후 정치는 계속됐다.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들을 만나고 통화도 해서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중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70%가량 되는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에 개입한 것이다. 지난 5일 공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4월4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6%는 대선 국면에서 윤씨가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자숙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윤씨보다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더 문제다. 윤씨를 만나고 통화한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윤씨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다. 이른바 '윤심팔이', '윤심 마케팅'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윤씨를 한남동 관저에서 만난 사실을 알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파면 후 처음으로 독대한 사실이 알려진 나경원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이 '이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며 출마를 고려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고생 많았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윤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윤심팔이 마케팅'에 나섰지만, 멀리 보면 당과 후보에게 모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윤씨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길 바라는 탄핵 민심을 거역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꼴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윤씨와의 절연을 각오하고, 지난해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일부 지지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국민의힘의 대선 도전 결과는 뻔하다. '윤석열 파면'을 바랐던 민심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혹독한 심판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보수 진영이 2017년 대선에서 패한 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3연패했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될지도 모른다. 윤심팔이에 나설 게 아니라 중도 하차한 윤씨와 다른 리더십을 갖췄음을 증명하라. 그리고 파면된 대통령에게서 빨리 빠져나오라. 그게 정의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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