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그는 내 우상이었다. 대학 시절, 그가 쓴 화사한 문장들을 끼고 살았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은 치기 어린 감수성에 불을 질렀고, 소설 『기자들』을 읽고 기자라는 직업에 매료당했다. 『고종석의 유럽통신』과 『코드 훔치기』는, 글이라는 집의 두 기둥인 논리와 수사가 행복하게 만나는 전당이었다. 난 ‘고종석빠’였고 그것은 내 기꺼운 자랑이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가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지만 이후엔 애증으로 남았)던 한 신문사에 내가 기어코 들어갔던 것은 중2 때 우연히 읽고 그 신문에 환장을 해버린 탓이었지만, 그곳에 그가 다니지 않았더라면 결정을 그리도 쉽사리 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80~90년대 수많은 운동권 대학생들이 그렇게 선망하고도 끝내 들어가지 못한 그 신문사는 내게, 정운영과 송건호와 리영희의 신문사라기보다 고종석의 신문사였다. 눈 밝은 독자들은 이미 내가 쓰고 있는 이 문장들에서 어른거리는 그의 그림자를 느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