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어떻게 젊은이들을 한국 주식시장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
2025-04-09 06:00:00 2025-04-09 06:00:00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개인 주주들을 고객으로 삼는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은 단연 ‘주택’이다. 사실 주택담보대출까지 받고 있으니, 순자산의 100% 이상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삶의 터전인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으나, 순수하게 ‘수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아도 필자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집이 제공해주는 심리적 안정감, 주택 매매에 따르는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부동산에 투자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공고해진다. 그러나 “부동산이 앞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투자자산으로 남아 있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경제학자로서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직장이 밀집한 여의도 근방 지역에 주말 아파트 임장을 가면 20~30대 초반 예비 매수자들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 초년생들이 대다수인 해당 연령대 매수자들 중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 전세 세입자를 찾아 투자를 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도 ‘부채’이기에 그들은 주택 가격 하락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고위험 투자자이다. 필자는 지금 이 글에서 그들의 투자 행태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히려 역사적으로 그들과 유사한 형태의 투자를 해왔던 베이비붐, X, 밀레니얼 세대 선배들은 대부분 성공해왔기에, 이들은 검증된 전략을 따라가고 있는 지극히 합리적인 청년들이다. 다만, 큰 빚을 부담해가며 서울 땅 안에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고객들을 보면 주식시장 종사자로서 슬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집을 무리해가면서까지 구매하려는 젊은 투자자는 이렇게 많은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왜 이렇게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를 모으는 소액주주연대 대표들을 도와드리다 보면, 많은 주주분들의 신분증 사본을 접하게 된다. 주총에 참석할 수 없어 주주대표 등 여타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부탁하는 주주들은 자신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하는 작업을 도와드리다 보면, 새삼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높은 연령대에 놀라게 된다. 90년대생, 2000년대생은 물론 80년대생 주주들조차 쉽게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적극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주주 분들은 40대 후반~60대 초반 나이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젊은 세대보다 해당 연령대 주주 분들의 재산이 일반적으로 많은 것도 사실이고, 해당 연령대의 인구 수가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20~30대 주주들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무엇이 젊은 세대가 국내 주식시장을 이토록 외면하게 만든 것인가? 
 
교육 수준이 높고 풍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젊은 층이 단순히 ‘부동산 광풍’에 눈이 멀어서 부동산 시장에 과투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사실 현재 20~30대는 주택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왔던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성장해 온 세대이다. 극도로 위험을 감수해가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또는 이런 가상자산들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보다 매력적인 상품은 없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젊은 투자자의 행태를 ‘투기’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틀렸다.
 
젊은 층에게 투자 자산으로서 국내 주식의 최대 경쟁자는 ‘국내 부동산’과 ‘미국 주식’이다. 양 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상품을 찾으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입지가 좋고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사면 단기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수익성과 성장성이 뛰어난 미국 기업의 주식을 사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 시장 모두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이해관계자에 의해 온당히 투자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이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양 자산은 보호되고 있고, 심지어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존재한다. 그러니 ‘종목 선택’만 잘 하면 크게 실패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주식에는 그러한 믿음이 없다. ‘회장님’은 언제든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없고 경영진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보호 장치도 미미하고, 정보도 불투명하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할 시간이다. 국내 부동산과 미국 주식에 몰려 있는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끌어와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자본 시장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젊은 투자자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우리의 ‘숙제’이다.
 
윤태준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