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 날아오는데…'정책 공백'에 짙어지는 위기감
정치 불확실성 걷혔지만…조기 대선 국면
경제 회복 미지수…관세전쟁·내수부진 악재
2025-04-07 16:48:39 2025-04-07 16:48:39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윤석열씨의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한국은 공식적으로 리더십 부재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 경제는 조기 대선 국면 속 60일간의 정책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끝이 보이지 않는 내수 경기 침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례없는 관세 폭탄 등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차기 대통령 선출 때까지 약 두 달간 비상 경제 관리 모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지만, 리더십 공백에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탄핵 정국 종료에도경제 불확실성 '여전'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소 제거됐다"면서도 "문제는 이제 앞으로 몇 달 동안의 과도기 상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강 교수는 "두 달여간의 조기 대선, 그 이후 새 정권 출범하고 정책 수립까지 절차상의 타이밍, 일정 등의 불확실성이 있다"며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그 공백 상태에서 통상 대응 등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수의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한국 경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반등으로 이어지는 터닝 포인트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골드만삭스와 UBS, BNP파리바 등은 "탄핵 판결로 정치 불안이 해소됐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관세와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을 더욱 주시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예측불허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내놓은 '4월 경제동향'을 보면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생산이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과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하면서 넉 달 연속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합니다. 앞서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 S&P 1.2%, JP모건 0.9% 등 0%대 성장률 전망까지 이어졌습니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점은 통계 지표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의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98.4를 기록했습니다. 2월에는 0.1포인트 반등했지만 앞서 석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진 데다, 반등 폭도 작아서 상승세 전환 흐름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환율, 코로나19 이후 최대폭↑…'관세 전쟁' 협상 리더십 부재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파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통상 대응입니다. 당장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10% 기본 관세'가 발효된 데다, 오는 9일부터는 본격적인 관세 공습인 국가별 상호관세가 적용됩니다. 한국산 제품에는 9일부터 기본 관세 10% 대신 상호관세 25%가 부과되는 것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격화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도 기록적 낙폭을 보여줌과 동시에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9.9원 뛴 1462.0원에 출발해 코로나19 이후 5년여 만에 최대폭인 33.7원이나 급등한 1467.8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4일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143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에 이를 고스란히 되돌려줬습니다. 증시 역시 코스피 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급락, 2400선이 무너지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습니다. 
 
문제는 사상 유례없는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은 리더십 부재에 당분간 정책 공백이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나눌 수장도,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전략을 짤 정책 묘수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백척간두의 상황에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차기 대통령 선출 때까지 약 두 달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통상 대응 등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가 원팀이 돼 내수 부진,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하기 전에 미국 상호관세 등에 따른 경제 충격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대외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시급한 부문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과 통상리스크 대응,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등 민생 지원 관련 긴급현안 대응을 위한 필수 추경을 위해 국회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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