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중 관세 협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노딜(no deal·협상 실패)을 넘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미국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에게 '관세 폭탄'을 퍼붓게 되면 수입이 큰 쪽이 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기내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보복에…트럼프 "협상 없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상호관세 부과 등과 관련해 "대중국 무역 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데 대해서도 "때로는 약을 먹어야 뭔가를 고칠 수 있다"며 관세전쟁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 부과 연기를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오는 9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가 현실화하게 되면 미·중 관세 인하 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도 '눈에는 눈' 기조로 싸움을 피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결정한 57개국 중 보복관세를 꺼낸 건 중국이 처음입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3월 트럼프 행정부의 '10+10%' 관세 부과까지는 '핀셋식 보복'에 집중하며 미국에 대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34%의 관세를 더해 총 54%의 관세를 부과겠다고 하자, 이와 동시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34%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직격탄은 미국에…트럼프 리더십 '흔들'
'트럼프 대 시진핑'의 구도로 치러지는 G2(주요 2개국) 간 격돌엔 양국 지도자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전망은 미국에 밝지 않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4397억달러·약 644조원)이 대중국 수출액(1446억달러·211조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대부분 석유, 천연가스, 반도체 장비, 플라스틱 등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제품입니다. 반면 미국은 전자제품·의류 등 다수의 소비자용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요. 이들 수입품에 대해 중국산 이외에 대안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관세전쟁 직격탄을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인 겁니다.
미국 농산물 피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 농산물 270억달러(39조원)어치를 수입했고, 이는 미국 전체 농산물 수출의 약 14%를 차지합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호주 등 다른 나라가 중국 농산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미국 기술 기업들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미국의 영향력을 낮추며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동안은 중국보다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였지만, 이 평가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