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심리' 헌재…파면 결정한 결정적 장면은?
2025-04-04 17:39:39 2025-04-04 17:39:39
[뉴스토마토 강예슬·강석영 기자]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11시22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에 내란수괴 윤석열씨를 파면했습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기간이 각각 64일, 92일 걸린 것을 감안하면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상 최장기간 심리입니다. 당초 예상한 것보다 선고가 지연되자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지키려는 시민들은 애간장을 태워야 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헌법재판관들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씨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는 데 영향을 준 결정적 장면들을 모았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막으려 의원 끌어내라 지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월6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12·3 계엄 당시 "윤씨가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대상은 정확하게 국회의원이 맞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부터 "윤씨가 의원들을 국회에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윤씨는 곽 전 사령관에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급기야 윤씨 변호인단은 곽 전 사령관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의원'이 아닌 '인원'이라고 적힌 점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결정문에서 곽 전 사령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고, 윤씨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2월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사진=뉴시스)
 
'체포명단' 적힌 홍장원의 메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헌재 탄핵심판에 두 차례 참석한 유일한 증인입니다. 그는 2월4일 5차 변론기일에 출석,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씨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 전화를 걸어 누굴 잡아들여야 하는지 물었고, 여 사령관에게 체포명단을 듣고는 메모로 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메모한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민석 민주당 의원, 방송인 김어준씨,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등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윤씨 측은 홍 전 차장의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했습니다. 홍 전 차장이 메모를 적었다는 장소를 헷갈려했던 점과 메모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재작성한 점을 공격한 겁니다. 결국 홍 전 차장은 윤씨 측의 요청으로 같은달 20일 10차 변론기일에 다시 한번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홍 차장은 결국 자신이 작성한 원본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헌재는 파면을 선고하면서 윤씨 측 의견을 배척하고 홍 전 차장의 주장을 채택했습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피청구인은 누구에게도 이 사건 명단과 관련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청구인은 처음부터 홍장원에게 계엄 상황에서 국군방첩사령부에 부여된 임무와 관련된 특별한 용건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 봄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윤씨 변호인, 진술 몰아가자 재판관 '버럭'하기도
 
8차 변론기일이 열린 2월13일.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형식 재판관은 조 경비단장에 "(12월3일) 00시31분경부터 01시 사이에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 경비단장은 "00시45분 어간인데, 그렇게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윤씨 변호인단은 "00시40분에 국회에 들어간 군인이 14명 밖에 없는데, 본인한테 그런 지시를 했다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조 경비단장의 진술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공격을 한 겁니다. 반면 조 경비단장은 "그건 변호인의 생각이고, 저는 그렇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흔들림 없이 진술을 한 겁니다.  
 
결국 윤씨 변호인이 증인을 상대로 무리한 신문에 나섰습니다. 정형식 재판관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게 강요하듯 질문하시면 어떡하냐"고 윤씨 변호인을 꾸짖기까지 했습니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의 조성현 경비단장의 진술을 채택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뿐, 승복도 없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이 실패한 뒤 수세에 몰린 윤씨는 같은달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질서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 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윤씨의 주장은 그의 부하들의 증언으로 무참히 깨졌습니다. 하지만 윤씨의 반성은 없습니다. 윤씨는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을뿐 끝내 불법 비상계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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