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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업계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기차 도입 확대, 중고차 시장 진출, 보험료와 정비비 상승, 그리고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렌터카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SK렌터카, 롯데렌탈, 쏘카 등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렌터카 시장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각 기업의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완성차 기업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롯데렌탈(089860),
SK렌터카(068400),
쏘카(403550) 등 렌터카 기업들도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시장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중고차 선택 시 가격보다는 차량 상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가성비'와 '신뢰'가 중고차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판매 시작. (사진=연합뉴스)
완성차, 중고차 사업 확대 '속도'…렌터카, 판매 전략 강화하며 '맞대응'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기업 인증 중고차 사업을 승인하면서 규정한 시장점유율 해제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2023년 현대차, 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을 승인하면서 영세사업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각각 4.2%, 2.9%로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렌터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차별화된 경쟁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통해 품질 보증을 제공하며,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특히 기아는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미만 무사고 차량을 매입하는 전략을 펼치며 프리미엄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여기에 중국의 BYD까지 중고차 사업에 가세했다. BYD는 한국 내 별도 법인인 'BYD코리아오토'를 설립해 중고차 판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롯데렌탈, SK렌터카, 쏘카 등 국내 렌터카 3사는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맞서 중고차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사 중고차 장기렌터카 플랫폼 '마이카 세이브'에 중고차 매매 사업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는 올해 중고차 B2C 매출 목표를 1550억원으로 설정했고, 내년에는 352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기존 매매센터 외에도 수도권 및 지방 거점에 추가 매매센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SK렌터카도 중고차 사업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중고차 매매단지 천안 오토아레나를 1040억원에 매입하며 자체 경매장을 확보했다. 기존에는 중고차 매각을 딜러에게 위탁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매매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쏘카 역시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쏘카는 '쏘카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통해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며, 모빌리티 데이터를 활용한 가격 책정과 품질 인증으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죄다 '인증 중고차' 사업에 열중…가성비가 '관건'
다만, 최근 경기침체 등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은 렌터카 기업들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고차 시장이 호황이던 2021~2022년에는 높은 가격으로 차량을 매각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2023년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중고 차량 가격 변동성 관리가 렌터카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7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중고차 매각이 줄어든 영향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SK렌터카와 쏘카 역시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고르는 경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 시 가격보다 차량 상태를 더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최근 리본카 등 중고차 플랫폼이 첫차로 중고차를 고려하는 국내 성인 남녀 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차량 상태’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4%가 차량 상태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선택했으며, 이어 가격(29.5%), 주행거리(6.2%), 브랜드(5.9%), 연식(3.9%)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인증 중고차와 프리미엄 중고차 전략에 중점을 둔 완성차 기업이 유리해 보이지만, 렌터카 업계 역시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SK렌터카는 2023년 인증 중고차 동탄센터 열었고, 롯데렌탈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바 있다. 쏘카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이미 운영하는 중이다. 렌터카 기업들 역시 가격보다 차량 상태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중고차 판매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인증제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증 중고차는 일반 중고차보다 5~10% 비싸지만 품질을 믿을 수 있고,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품질도 중요하지만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으면 중고차 시장에서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 신뢰와 가성비,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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