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전초전…파나마 운하 운명은?
2025-04-02 14:09:01 2025-04-02 15:01:2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두고 충돌했습니다. 홍콩계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항만회사(PPC)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까지 오르내릴 정도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충돌한 미-중 무역분쟁이 더 거칠어지는 가운데 파나마는 양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화약고로 발돋움했습니다. 토마토Pick이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무역분쟁의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지난달 13일 미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파나마 운하를 따라 위치한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CK허치슨, 매각 검토
 
사건의 발단은 CK허치슨이 파나마항만회사(PPC)의 지분 90%를 매각하겠다고 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는 파나마 운하의 양단에 위치한 발보아 항과 크리스토발 항의 항구 운영권을 포함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자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이 곧장 사들이겠다고 달려들었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요. 원래대로라면 2일 최종 계약 체결이 예상됐습니다. ‘원래대로라면’이 붙은 이유는 CK허치슨이 최종 계약 체결을 보류했기 때문인데요. 바로 중국이 개입한 것입니다.
 
분노한 시진핑, 미뤄진 거래
 
CK허치슨이 해외 항만 사업을 매각하기로 하자 중국 내에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주목된 점은 시 주석의 등장인데요. 외신에서는 시 주석이 ‘분노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홍콩 대공보는 지난달 13일 논평을 통해 CK허치슨의 결정이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라고까지 했죠. 대공보는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의 통제를 받는 매체로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매체인데요. 이 매체의 보도를 통해 중국 당국이 이 사태에 대해 얼마나 크게 분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CK허치슨과 블랙록 컨소시엄의 거래에 적극적으로 훼방을 놨는데요.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 이 거래가 자국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보다 앞선 27일에는 홍콩 당국이 “홍콩 기업은 국익과 민족적 대의의 관점에 따라 국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거래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계약 취소 압력을 넣은 셈이죠.
 
‘일대일로 하려면…’ 매각 막아서는 중
 
중국은 CK허치슨의 매각을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걸까요? 우선 CK허치슨이 단순히 파나마 운하를 파는 게 아니라, 항만 사업을 통째로 포기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43개 항만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중국이 해외에 투자한 항구 중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즉 중국 해외 항구 운영권의 절반 가까이가 증발하는 셈이죠. 이는 중국의 핵심 경제정책인 ‘일대일로’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이 된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보는 지역입니다. 최근 중국은 페루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과 교류가 활발한데요. 중국 정부를 향해 “살인자”라고 표현했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년 만에 “흥미로운 무역 파트너”라고 한 것만 봐도 중국이 남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남미와의 교역에 필수적인 지역이 파나마 운하입니다. 남미의 ‘거상’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기 때문이죠. 이들과 교역하려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파나마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해왔죠. 중국의 적극적 투자는 파나마의 일대일로 협정 가입을 이끌었을 정도로 성과를 냈습니다.
 
파나마 지키는 미국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이런 행보를 곱게 보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었는데 중국이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까요. 중국이 운하 때문에 파나마에 공을 들인다면, 미국은 아예 운하를 위해 파나마 건국에 직접 관여한 바 있습니다. 콜롬비아 영토였던 이 지역에 해군을 파견하면서 파나마를 도왔고, 독립까지 승인했으니 사실상 건국에 일조한 셈이죠. 그 후 미국은 파나마와 계약을 체결해 운하를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운하 건설을 위해 파나마를 건국시킨 셈인데요. 그런데 중국이 이곳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입니다.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위협하기 시작했죠.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미중 전쟁터 된 파나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압박에 적극적이었습니다.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분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주변국들까지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는데요. 특히 파나마가 그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작정하고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환수한다’고까지 했죠. 이는 빈말이 아니었는데요. 지난 2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파나마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나마는 일대일로 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홍콩 기업인 CK홀딩스도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매각을 한사코 막으려 들면서 파나마 운하의 향방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외통수 몰린 중국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중국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CK허치슨의 계약을 철회시킬 경우 중국이 그간 쌓은 친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고, ‘중국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려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CK허치슨이 예정대로 매각 계약을 체결하게 두자니 피해가 너무 커집니다. 손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중국은 남미에 계속해서 투자했고, 브라질 등 몇몇 국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파나마에서 시작한 미국과 중국의 알력 다툼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을 텐데요. 초전에 얻어맞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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