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쪽방촌 '온기창고'를 쪽방 거주자들의 커뮤니티 시설로 개편합니다. 온기창고는 거주자에게 일정 포인트를 부여하고, 거주자가 포인트를 사용해 쪽방촌에 기부되는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장소입니다. 서울시는 온기창고가 단순히 기부 물품을 나눠주는 장소가 아니라 거주자들이 서로 대화하고 쪽방상담소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2월 '2025년 온기창고 운영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선착순·일률적으로 후원물품을 배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쪽방 거주자의 자존감과 편의를 높이고, 생활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온기창고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각 1곳이 있는데, 이달과 7월 영등포 쪽방촌과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1월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쪽방상담소 온기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운영계획에 따르면, 상담소들은 자체 여건에 따라 온기창고 내·외부에 거주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합니다. 온기창고에 테이블·의자 등을 갖춰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는 휴게 공간 등을 제공하고, 전자레인지·전기포트 등 거주자 편의 기기를 갖추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서울시는 거주자 대표자를 온기창고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 분기별로 소통 회의를 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이미 시행 중인 운영위를 다른 온기창고로도 확대한다는 겁니다. 거주자 소통함도 둬서 필요물품 등 수요 파악을 하고 거주자 의견을 수렴합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거주자가 자신의 물품을 온기창고에 기부하고 이웃과 나누는 캠페인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돈의동에서 간헐적으로 실시 중인 캠페인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1번씩 시행하고, 기부한 거주자에게 온기창고 포인트를 부여하는 겁니다. 또 기존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기부하는 거주자가 물품을 받는 거주자에게 직접 주는 형태가 아니지만, 앞으로는 거주자가 직접 교류하는 장터로 운영하는 방안도 서울시 내에서 아이디어로 제시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거주자들은 온기창고로 수시로 오게 되고, 눈이라도 더 한 번 마주치고 인사하는 시간이 생긴다"며 "그런 부분이 조금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고 간단한 간식 등을 거주자들과 같이 나누고 서로 이야기할 거주자 편의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옹기창고가 후원해주는 것을 나누는 곳이기도 하지만 거주자가 같이 마을에서 나누고 이웃을 돌보는 그런 곳이 되기를 지향한다"며 "공통으로 소통함을 반영해 보자고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월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쪽방상담소 온기창고에서 한 마을 거주자들이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주자들끼리의 커뮤니티, 거주자와 상담소 사이의 소통 활성화 사례는 다른 쪽방촌 정책인 동행식당에 선례가 있습니다. 동행식당은 거주자에게 일정 금액의 식권을 줘서 쪽방촌 일대의 식당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입니다. 동행식당은 영양상태 개선뿐 아니라, 거주자에게 말벗이 생기는 부수적 효과까지 가져왔다는 내부 평가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9일 숭실대 강연에서 "동행식당 주인 아주머니들이 동네의 사랑방 좌장 역할을 한다"며 "이게 이분(거주자)들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통 쪽방촌 사는 분들은 나가는 것도 귀찮고 무기력해진 상태에서 막걸리로 끼니를 떼운다"며 "(동행식당으로) 건강 상태도 좋아지고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 식당이 생기면서 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라이프 사이클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생의 의욕을 느끼고 자존감 느끼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시장은 24일 출간한 자신의 책 <다시 성장이다>에서도 동행식당을 가리켜 "다정하고도 따스한 공동체가 형성된 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행식당·온기창고로 선택권을 보장해주니 (거주자들이) 굉장히 즐거워하고, 그렇게 되니까 자꾸 (쪽방 밖으로) 나오고 다른 분들도 만나더라"며 "단순히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이제 좀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거주자들 간에도 나누고 돌보고 이제 이런 방향으로 좀 가면 더 좋은 사업이 되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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