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나선 석유화학업계를 지원키 위해 금융권에 30조원대의 여신회수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석유화학 기업의 자금 수요도 대응키로 했습니다. 큰 틀에서 '석화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금융권 공동 대응'이라는 구조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석화 사업 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이러한 방침을 밝혔습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석화산업은 핵심 기간산업이지만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원가경쟁력 저하, 원가경쟁력이 차원이 다른 국내 생산시설의 가동 등으로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파산하면서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된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석화산업이 사업 재편으로 생산성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면 금융 건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생산적 금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치킨게임은 공멸의 길이므로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금융권에 "사업 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 회수 등 비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수반되는 지역경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특별 배려를 요청했습니다.
금융위는 사업 재편의 원칙으로 △철저한 자구 노력 △고통 분담 △신속한 실행을 강조했습니다. 기업과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책임 이행을 전제로 사업 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키로 협의했습니다. 협약에 따라 금융지원 신청할 경우 '기존 여신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수준은 기업이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키로 했습니다.
금융권이 이처럼 석화산업에 정책금융 성격의 지원을 한 배경은 선제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의 연쇄 부도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금융권이 석화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약 3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은행권 대출과 시장성 차입이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의 대출이 부실화하면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에도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익스포저에 따라 일부 기업이 무너질 경우 은행권에 전이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조정과 친환경 전환 연계 금융이라는 투트랙 차원의 접근으로 풀이됩니다. 또 석화산업은 정유·자동차·전자 등 후방산업과 연결돼 있어 연쇄 파급이 큽니다.
시장 안팎에선 이번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채권은행 간 공동 협약 방식으로 대응해 개별 금융기관의 부담을 완화하고, 통일된 기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지금 석화업계는 붕괴 직전"이라며 "정책금융 지원으로 되살아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업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정책금융 지원이라도 해야만 하며, 그냥 손 놓고 무너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최 교수는 "금융권의 정책금융 지원은 단순히 구제금융이 아니라, 기업의 선제적 자구 노력과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사업 재편 등 구조 개편을 전제로 해야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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