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김성은·차철우 기자] 위헌·위법적 '12·3 비상계엄'을 자행한 윤석열씨 탄핵 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정치권에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핵 인용'의 방법론을 담은 '민주당 시나리오'가 대표적인데요.
핵심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하고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종료일인 4월 18일 이전에 마은혁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겁니다. 물론 실체 없는 '지라시'(정보지)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민주당의 최근 전략을 보면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합니다.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재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5대 3' 기각 구도를 '6대 3' 인용 구도로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이 시나리오의 시작인 '5대 3 기각설'을 비롯해 △4월 16일 전후 마은혁 임명 △문형배·이미선 임기 연장 △윤석열 탄핵 인용 등의 네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집중 해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5대 3 기각설
3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시나리오의 출발은 '5대 3 교착설'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은혁 임명 없이는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기각 내지 각하될 것이란 우려가 민주당을 덮쳤습니다. 헌재가 윤씨 사건의 최종 변론을 마무리 지은 건 지난 2월 25일인데요. 한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힘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인용 5' 대 '기각 3'이라는 교착설은 사실상 추측에 불과할 뿐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입니다. 3월 중순부터 반복된 '선고 기일' 지정과 관련한 추측이 모두 '허위'로 판명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럼에도 탄핵 심판 선고 지연이 야권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건 사실입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탄핵 인용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선고가 지연되다 보니 그런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 전략의 출발점은 5대 3 기각이라는 최악의 수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확인이 불가한 사안이지만 보수 성향의 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기각에 무게를 두더라도 마 후보자 임명을 통해 6대 3 구도로 전환하는 게 골자입니다.
②4월 16일 전후 마은혁 임명
해당 시나리오의 핵심은 마 후보자 임명에 있습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는 4월 18일 만료됩니다. 자칫 헌재 구성이 6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헌재의 '6인 체제'로 선고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향후 정당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의 우려 지점은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채 후임 재판관 2인을 지명하는 경우입니다. 이땐 대통령 몫의 재판관이 지명돼 '탄핵 기각'에 힘이 보태지게 됩니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불가하도록 하는 법안이 민주당에서 발의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4월 16일 이후에 지명되는 재판관 2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이콧(거부운동)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4월 16일까지 마 후보자를 최대한 임명해서 9인 체제를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한 국무위원 '일괄 탄핵'은 당 지도부조차 거리를 두는 데다, 한 권한대행부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권한대행을 연이어 탄핵한다 해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친윤(친윤석열)계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본회의를 여는 문제도 있고, 본회의 보고 후 다음 탄핵까지 걸리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국무위원 탄핵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한덕수·최상목 탄핵 정도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3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태극기와 헌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이미선·문형배 '임기 연장'
또 하나의 관건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 문제입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됐습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돼도 두 헌법재판관의 임기 이후까지 안정적인 탄핵 선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의 임기연장을 위한 법안은 위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헌법 제112조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고 명시합니다. 후임자가 없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개정안은 13년 전 국회사무처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률에 따라서는 연임만 할 수 있을 뿐, 임기를 임의로 창설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의 '속도 조절' 기류도 읽힙니다. 재판관 임기 연장 법안이 헌재의 신속한 탄핵 심판 촉구 차원이라는 주장입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4월 18일 전까지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를 하지 않았을 때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④윤석열 탄핵 인용
모든 시나리오가 향하는 종착치는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 '인용'입니다. 야권에선 윤씨 탄핵이 기각으로 결정 날 경우 △국가적 공황사태 △2차 계엄 현실화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민주당의 시나리오 정점에는 마 후보자의 임명이 있는 겁니다. 마 후보자가 임명돼야 헌재가 9인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탄핵 심판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여권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이쪽저쪽 눈치 보지 말고 원칙대로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에 대해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한다면 정상적인 국가의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나라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씨에 대한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에서도 표출되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18일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 한다"며 "1~2명 정도 기각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탄핵) 인용으로 본다"고 확신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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