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김성은·이효진·김유정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치도 경제도 도탄에 빠졌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장고가 길어질수록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확산하고 있는데요. 28일 <뉴스토마토>가 만난 정치계 원로를 비롯해 여야 의원, 헌법학자, 시민 등은 "이제는 헌재가 답할 때"라며 무정부 상태를 방기한 사법부에 깊은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왼쪽사진),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원로 "나라 손실 커…빠른 결정 필요"
정치원로들은 헌재가 하루빨리 양심과 법에 따라 윤석열씨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극단으로 분열된 국민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는데요. 국민 통합을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탄핵선고를 미루고 있는 헌재를 향해 "어떤 법관이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늦어지는 것을 보면 자신의 성향을 기준으로 재판을 하는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헌재 선고가 미뤄지면서 외교는 물론 경제적 손실도 너무 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헌재의 평의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헌재의 판단을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분열된 국민들을 향해서는 "현재 탄핵 찬성과 반대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며 "헌재가 어떤 판단을 해도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들을 통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 "충격 최소화 때문"…야 "정치 판단 의심"
정치권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여권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사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야권은 "늘어지는 평의로 인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가 종합적인 고민으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단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며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재의 판단을 승복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조바심을 내는 것 같은 헌재 결정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흠결이 있는 정치인이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헌재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이 위헌이란 것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가 다 본 확실한 내용"이라며 "헌재가 법리적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를 지금까지 끌고 있는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고 정치적 판결을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안태준(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파면을, 하종대 국민의힘 부천시병 당협위원장이 탄핵 각하를 각각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학자·법조계 "헌재, 스스로 권위 상실"
헌법학자들과 법조계는 헌재가 스스로 권위를 상실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이는 헌재가 앞서 윤석열씨의 탄핵심판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 심리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헌재가 탄핵심판을 미룰수록 여론은 더욱 분열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는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헌재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지연하는 것은 위헌이다'라고 했지만,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는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헌재가 작성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 기각 결정문을 보면 굉장히 국가를 생각하고 있다"며 "결국 '국정 안정'을 위해 기각을 했는데, 지금 헌재가 시간 끌기를 하면서 오히려 친위 쿠데타가 아직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 "무너진 엘리트…21세기 이완용 탄생"
많은 시민들은 윤씨의 '파면'이 대한민국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30대 남성 김병준씨는 "엘리트주의 민낯을 봤다"며 "하루빨리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지 않는다면 21세기 이완용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40대 남성인 천모씨는 "박근혜 정권 때 오히려 상식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될 정도"라며 "선출된 권력이 아닌 헌법재판관들이 이렇게 시간을 끌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적극 행사하는 모습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국민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50대 여성 안 모씨는 "한국 경제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삶은 더욱 밑바닥을 향하고 있고, 이제는 대기업들마저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더라. 이러다 정말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닌지 너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가 윤씨를 조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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