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홈플러스 살리기 돌입했지만…메리츠금융, 담보 회수 '가시밭길'
회생법원 채권자 목록 제출 기한 4월로 연장
메리츠금융, 익스포저 1조2천억원으로 최대
담보권 확보로 손실 희박해도 회수 난항 예상
2025-03-25 06:00:00 2025-03-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1일 15: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채권자 목록 제출 기한을 4월로 연장하면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탁을 통해 담보권을 확보한 만큼 채권 변제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담보자산 대부분이 할인매장 등 상업용 부동산이라 시장 침체로 인해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생 절차 첫걸음, 금융채권은 여전히 미궁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채권자 목록 제출 기간을 오는 4월10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법원에 “상거래채권의 조기 변제가 진행돼 채권자 목록 작성에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채권 신고 기간은 4월 24일, 조사 기간은 5월 8일로 조정됐으며 조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은 각각 5월22일, 6월 12일로 예정됐다. 
 
홈플러스는 우선 소상공인 대상 상거래 채권 상환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과 11일, 2024년 12월부터 3개월간 발생한 물품·용역 대금 3457억원과 매장 임차인 미지급 정산금 1127억원을 변제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아직 금융채권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실제 지난 17일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등)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다"라며 금융채권 책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메리츠금융, 1조2천억으로 최대 채권자
 
법원은 대표채권자를 메리츠증권 주식회사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했다.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자문 법무법인,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회생절차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는 현재 홈플러스의 최대 규모 채권자다. 총 1조2000억원이 메리츠금융그룹이 빌려준 차입금으로 메리츠증권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8억원이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대출금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다. 당시 리파이낸싱의 만기일은 2027년 5월까지로 홈플러스 합정점을 포함해 62개 점포를 부동산담보신탁한 후, 메리츠금융그룹을 해당 신탁의 1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설정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홈플러스의 채권은 크게 공익채권, 회생담보권, 회생채권으로 분류된다. 공익채권은 조세, 임금·퇴직금, 일부 상거래채권 등이다.
 
그러나 메리츠금융그룹 채권은 분류상으론 일반 회생채권이지만 신탁에 대한 1순위 수익권을 갖고 있어 자산 처분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론상으로는 메리츠금융그룹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에 대한 처분권이 있다. 
 
다만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은 다만 현재로서는 당장 채권 회수보다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회생안에 따라 전략을 조정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로서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은 따로 입장이나 계획을 표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MBK파트너스가 어떤 회생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부동산, 시장 침체에 처분 '난항'
 
최악의 시나리오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끝내 폐업하고 회사 부동산을 매각해 채무를 상환하는 경우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5조원에 달해 이를 모두 매각하면 이론상으론 채무 변제가 가능하다.
 
(사진=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금융그룹은 신탁 담보권으로 기업회생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팔 수 있다. 문제는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 주로 할인마트에 특화된 형태의 상업 부동산이란 점이다. 대형마트가 운용되는 부동산은 용도 전환이 어렵고, 오프라인 유통업 시장 정체로 인해 다른 임차인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실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침체 중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1월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총 854건으로 전월 1130건 대비 24.4% 감소했다. 2023년 1월 668건 이래 거래량이 가장 낮다. 거래금액도 전월 3조3431억원에 비해 50.7% 줄어든 1조649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16.6%, 거래금액은 22%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최종 회생안이 불가할 경우 채권 회수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제공한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은 25% 수준으로 최종적으로 메리츠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적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MBK파트너스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면 메리츠 입장에서도 부동산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수많은 종업원의 고용이 걸려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점포에 대해서는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이 인수를 할 수 있겠지만 최종적인 채무 상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지금과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로 다소 비대한 홈플러스 영업망을 구조조정할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라며 "이 경우 어느 정도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이뤄지겠지만 최종적인 조 단위대의 금융채권 상환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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