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제2의 HBM이라고 불리는 SOCAMM(소캠, 차세대 AI 서버용 메모리 표준)을 최초 양산하겠다고 밝히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 SK하이닉스도 GTC 2025(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최초로 소캠을 공개하는 등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반면 두 회사와 함께 소캠 상용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소통하고 있다고 알려진 삼성전자는 공개된 성과가 없어 다급한 상황입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마이크론사는 데이터 센터 AI 서버용 HBM3E와 소캠을 출하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은 “(자사가) 두 제품을 모두 출하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메모리 회사”라며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저전력 DDR(LPDDR)을 설계하고 제공하는데 마이크론의 업계 리더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대중화에 필요한 특수 D램을 만들기 위해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모듈입니다. LPDDR5X를 적층해 HBM처럼 대역폭을 늘리고 전력소모를 줄이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2의 HBM’이라고 불립니다. 향후 AI 서버 플랫폼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소캠의 역할은 더욱 커질 예정입니다.
마이크론의 소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에 탑재되도록 개발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캐비닛 시스템, 전원 공급 사양 설계, 소캠 등이 3분기에 완성되고 양산되면 GB300 시스템은 점차 출하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울트라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마이크론은 HBM3E 12단 36GB도 양산한다고 전했습니다. 마이크론은 “12단 HBM3E 제품은 경쟁사의 8단 제품보다 전력 소비가 20% 적고 용량은 50% 많다”며 “해당 제품은 엔비디아 HGX B300 NVL16 및 GB300 NVL72 플랫폼에 맞게 설계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양산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생산하는 HBM 대부분이 HBM3E 12단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도 GTC 2025에서 부스를 꾸려 소캠을 전시하면서 첫 공개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 공개하고 하반기 양산 계획을 밝혔습니다. 차세대 메모리 제품에 우위를 보이며 두 회사가 선두를 달리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양상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소캠 상용화를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두 회사와는 다르게 소캠에서 삼성전자의 성과는 아직 공개된 바 없습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을 두고 퀄테스트(품질 인증) 문턱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세대 HBM에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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