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증금 어쩌나"... 홈플러스 입점업체 불안 '가중'
2025-03-19 17:32:43 2025-03-19 17:32:43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회생절차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금 미지급 및 최악의 경우 폐점으로 이어질까봐 우리같은 임대점주(테넌트)들은 항상 불안하죠"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잠실점 내 한 입점사 직원은 한숨부터 내쉬며 불안을 토로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대기업 및 개별 중소 브랜드 매장 등 8000여개업체가 임대 또는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는데요. 대다수가 홈플러스 계산기기(포스)를 사용해 매월 임차료와 수수료 제외한 매출을 홈플러스로부터 정산을 받고 있습니다. 잠실점 입점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홈플러스에서 제공받은 단말기를 사용하는 임대을은 물품·서비스 판대대금을 우선 홈플러스 본사에 보낸 뒤 임차료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익월 30일에 정산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홈플러스 잠실점 내부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소상공인 결제대금 조기지급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상과 금액을 밝히지 않은데다 여전히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가 다수입니다. 잠실점 입점사들도 불안한 속내를 감추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4년 넘게 홈플러스 잠실점 1층에서 각종 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A 사장은 최근 불안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A 씨는 "4년 전 입점하면서 10년 사용을 전제로 1년마다 임대료 등이 갱신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데 불과 5년도 안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감에 따라 자칫하면 폐점을 하게 생겼다"며 "폐점을 하더라도 남은 기간에 대한 보증금 정산 문제와 관리비, 매장인테리어에 대한 원상 복구비용 등이 남아있는데 자칫하면 보증금도 못돌려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입점사 직원인 B 씨는 "각 입점사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겠지만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정산한 뒤 사후정산을 받는 업체의 경우 걱정이 크다"며 "홈플러스가 향후 정상영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매출 총액을 넘기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1층 의류 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또 다른 입점사 직원 C 씨는 "홈플러스가 지난 14일 기준 3510억 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지급을 완료하고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 협력사와 임대점주들에게 상세 변제계획과 일정을 전달했다고 했지만 전달받은게 없다"며 "관련 지침도 못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가 가겠냐"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홈플러스 직원들은 정상화 과정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2층 가전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 직원은 "LG전자가 홈플러스와 거래를 이날부터 재개했는데, 이전까지 계약된 고객에게는 제품을 정상 납품했지만 신규 주문 납품은 지난 4일부터 미뤄둔 상태였다"면서 "그러나 거래 재개를 통해 홈플러스에서 LG전자 제품 구매가 가능해졌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주부터 납품을 재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화 돼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2층 내 가전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영세업자 등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이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계약 과정에 불합리한 요소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산금에 대한 안전한 관리가 필요한데, 관리를 위해서 해야 할 부분은 정산주기를 최소한 빨리 진행해야 하고, 한달이내에 이뤄져야 하는게 정상이다"라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나 정산대금을 가지고 다른데 운영할 수 없도록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신탁관리가 될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성원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점주들은 매출 정산이 불확실해져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정산 방식 차별을 없애고,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대기업과 일부 브랜드 점주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입점주에 대한 지연 대금이 지급이 완료돼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혹시라도 '다시 지급이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입점주들의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