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홈플러스의 기습적 기업 회생 신청 후폭풍이 거셉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평가사와 신영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고, 18일엔 국회 정무위원회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증인으로 현안질의가 예고돼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 회생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계획을 세우고도 채권 판매를 강행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발행주관사인 신영증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도 있어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4일 홈플러스 경영진은 회생 절차 개시로 밀린 납품대금과 정산금 등 상거래 채권을 순차적으로 변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생 신청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MBK파트너스 부회장)는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추진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예비 평정 결과를 처음으로 전달받았다고 주장하는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87-1회' 전자단기사채(ABSTB)가 증권사들을 통해 팔렸습니다.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기업어음(CP)과 전단채 등을 비롯해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개인 고객에게 팔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28일 홈플러스는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로 강등된 것을 인지, 4일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계획을 미리 인지하고, 채권을 팔아,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면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단채 발행주관사인 신영증권은 일부 증권사와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형사고소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영증권에 대해서는 발행주관사로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증권사들이 신영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는 1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회생계획을 세운 시점 △홈플러스 채권 발행 경위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신영증권의 사채 발행 경위 등에 대해 캐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병주 MBK 회장은 미국에 체류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김 회장은 수차례 국회 상임위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실제 출석한 적은 없습니다.
하나증권과
유진투자증권(001200),
현대차증권(001500),
SK증권(001510) 등
신영증권(001720)으로부터 전단채를 인수해 개인 고객에게 판매한 증권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자들 중엔 채권 투자 시 증권사로부터 '매우 안전한 채권', '홈플러스가 망할 리 있느냐' 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칼 끝이 MBK를 향할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홈플러스는 금융사가 아니어서 금감원이 홈플러스의 경영 전반을 살필 수는 없지만, 필요할 경우 MBK에 대해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1년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일환으로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금감원이 업무집행사원(GP)에 대해 직접 감독하고 검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금융위원회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이날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관계 기관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습니다. 금감원은 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해 검사를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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