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다시 광장으로
2025-03-14 06:00:00 2025-03-14 06:00:00
윤석열씨 석방 이후 여야가 일제히 장외 투쟁에 나섰다.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윤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로 정국이 요동치자 탄핵 찬반 여론전 강화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광화문에선 조속히 윤씨의 탄핵을 인용하라는 목소리가, 헌법재판소 앞에선 탄핵을 각하·기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광화문으로 가서 탄핵 찬성 지지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천막 농성과 도보 행진, 단식, 삭발 등의 방식으로 탄핵을 찬성하는 지지자들에게 윤씨 파면 의지를 드러냈다. 조국혁신당에선 13일 윤씨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했다. 윤씨를 조속히 파면시키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민심을 최대한 하나로 모아내고 국민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정치권이 거리로 달려가 장외 투쟁에 나서는 건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이 장외로 나가게 되면 지지층에 맞는 목소리를 내다 보니 사회 갈등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의원들이 양 진영 지지자들의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장외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이 있다. 시국이 너무나 혼란하고 위태롭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윤씨가 석방된 게 컸다. 탄핵이 기각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야만 했다. 야당 의원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탄핵 인용에 머뭇거릴 수 있는 헌법재판관들에게 탄핵 찬성 민심이 이만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다만 의원들이 집회에 참석하더라도 국민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기보다 뒤에서 지지해주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광화문 집회에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지 말고, 묵묵히 탄핵 찬성 지지자들을 응원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탄핵 인용도, 윤씨의 파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의원들보다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내는 게 탄핵선고 이후 다가올 사회 혼란을 격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당초 이번 주로 예상됐던 헌재 탄핵심판 선고일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치권의 갈등과 분열의 시간이 또 연장되는 셈이다. 광장의 집회·시위 기간도 당연히 연장됐다. 
 
탄핵 찬반의 과열된 민심은 가라앉히고 선고 이후 후폭풍을 최소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여야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할 때 국민 다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채널A>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의 대담 과정에서 헌재의 결과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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