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ELS 사태 잊어라…홍콩H 고공행진 언제까지
홍콩 주가 두달새 30% 급등…외국인 자금 유입 중
중국 강력한 경기부양 예고…기업 실적 회복 전망도
2025-03-14 06:00:00 2025-03-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홍콩 증시가 불을 뿜고 있습니다. 1년 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금융시장의 골칫거리 취급받던 게 무색합니다. 특히 미국 증시가 조정하는 사이 급등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부 서학개미들은 미국에서 홍콩과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 달 사이 최고 30%나 급등한 상황이어서 더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5000→9000’ 1년 사이 환골탈태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홍콩항셍차이나 이른바 홍콩H지수는 전일에 이어 0.8%대 하락하면서 8600선에 다가섰습니다. 이로써 홍콩증시는 5영업일째 조정을 기록했습니다. 
 
홍콩H의 하락은 단기간 급등 후에 따르는 조정으로 파악됩니다. 홍콩H지수는 올해 1월13일 6843.71로 저점을 찍은 후 두 달이 지난 3월12일 8682.13로 마감해 해당 기간 중 26.86%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최근의 조정세로 인해 상승폭이 줄어든 결과로 지난 6일에 기록한 고점(8938.09) 기준 30.60%나 급등한 것입니다. 이날 홍콩H는 잠깐 9000선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1년 전 5000선 부근까지 하락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상품에서 대거 녹인(knock-in)이 발생, ELS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친 것과는 딴판입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도 1월13일 3160.76에서 3월12일 3371.92로 6.68% 올랐습니다. 홍콩에 비해 상승폭은 적어도 하락을 기록한 미국과는 차별화된 행보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에선 미국 혼자 승승장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9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우려가 확대된 올 2월 하순부터 꺾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국이 조정장을 거치는 사이 중국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마치 미국과 중국이 반대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무역 갈등을 빚은 주요국들이 뒤늦게 힘을 내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미국의 압박을 받는 유럽 증시도 중국처럼 1월 하순부터 강하게 올랐습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올 초부터 3월 첫날까지 크게 오른 후 조정 중입니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중국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도 어느 정도 반등한 상황입니다. 
 
중국과 유럽 모두 상승 후 조정을 거치고 있으나 낙폭이 크지 않아 강세가 꺾였다고 보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적자폭 늘려 재정정책 적극 활용
 
중국과 홍콩의 상승은 중국 경제가 호전됐거나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개선돼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가 증시에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받는 나라들은 보복관세라는 강공책과 대미 수입 및 현지 투자 확대라는 유화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지난달 10일부터 보복관세를 가동했습니다. 미국산 석탄과 LNG 등 8개 품목에 15% 관세를 메기고, 원유, 농기계, 대형차량 등 72개 품목에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을 타깃으로 한 대응입니다. 또한 중국 내 일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시작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주요 수입국 명단엔 멕시코(5059억달러, 15.5%)에 이어 중국이 2위(4389억달러, 13.4%)에 올라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에서 가장 큰 흑자(2954억달러)를, 즉 미국에게 가장 큰 적자를 안겨주었습니다. 미국으로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중국도 미국과의 교역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다른 한편에서 무역협정 재협상 의지를 밝히는 등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미국의 줄다리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그동안 버티기 위한 경기부양책은 필수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강력한 경기부양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작년과 동일한 5% 안팎입니다. 다만 재정적자 비율을 GDP의 4%까지 높였습니다. 30년 만의 가장 높은 적자비율을 각오할 만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일반·특별국채 발행 규모도 확대했습니다. 최근엔 중앙정부가 5000억위안 규모 특별국채를 발행해 6대 국유은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인민은행 총재는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적절한 시점에 지준율을 인하하는 등 추가 통화정책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결국엔 미국과 협상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를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중국 본토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되는 홍콩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진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국내 투자자, 홍콩주식 매수 증가세
 
주가지수가 단기간 내 최고 30%나 오른 것은 부담이지만 올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이를 상쇄하고 있습니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혁신 등에 힙입어 중국과 홍콩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중국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자본이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USB의 전문가는 인도와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 중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홍콩 주식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명단을 보면 테슬라 등 여전히 미국 주식이 많지만, 순매수 상위 50위 명단에 샤오미(9221만달러), BYD(8374만달러), 알리바바(4423만달러)가 포함된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순매수는 2월 이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월 이후 순매수 50위권엔 이들 3사 외에도 연구개발 전문 제약사 베이진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 SMIC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11일 홍콩특별행정구(특구) 통계처는 지난해 홍콩 운송업, 금융업(은행 제외), 보험업의 수익이 각각 13.8%, 12.5%, 12.2%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올해에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과 고용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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