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콘솔 게임 제작 지원, 소니·MS·닌텐도 협력 '불발'
당초 계획한 시나리오 공동 평가 못 해
콘솔은 퍼스트 파티 독점작 중요
플랫폼 영역 넓혀온 MS도 불참
문체부 "협력할 수 있는 부분 협의 중"
2025-03-13 09:06:33 2025-03-13 15:43:3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콘솔 게임 진흥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콘솔 플랫폼사 협력이 불발된 채 사업 첫발을 뗀 상황입니다. 
 
정부가 소니·MS·닌텐도의 협력 없이 콘솔 게임 제작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3대 플랫폼 중 참여사 '0'
 
13일 게임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5년 다년도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업체를 선별하고 있습니다. 3월 1~3주에 각각 서면·신용·발표를 평가하고 '글로벌 성장 가능성 우수 게임' 제작 협약 대상 사업자를 선정합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고 2022년 기준 22조2000억원인 한국 게임산업 매출액을 2028년까지 30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1.5%에 불과한 한국 콘솔 게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콘솔 게임 역량 강화 기반 조성 △맞춤형 제작 지원 △유통·마케팅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3대 콘솔 플랫폼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닌텐도를 참여시킨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이들 3사와 우수 게임 기획안을 선정해, 게임 제작을 자문하고, 최종 평가해 플랫폼사 입점과 스토어 내 별도 카테고리로 집중 홍보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달 첫째 주 진행한 서면 평가 때부터 플랫폼 3사가 우수 시나리오를 선별했어야 합니다.
 
콘솔 플랫폼사는 독점작 흥행이 중요하다. 사진은 2023년 11월6일 용산역 플레이스테이션 판매점에 전시된 '마블스 스파이더맨 2' 한정판 주변기기. (사진=이범종)
 
하지만 우수 게임 서면 평가에 참여한 콘솔 플랫폼사는 없습니다. 콘솔 플랫폼사는 자사 게임기에서만 할 수 있는 독점작 흥행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는 SIE와 닌텐도의 협력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대신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게임 서비스 확장 전략을 펴는 MS의 경우 사업 참여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는데요. 그런 MS마저 사업 시작 단계에 함께하지 않은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 수립 시 시나리오 선정부터 플랫폼사와 협력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실제 협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이 있는 상황"이라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면 평가는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 7명이 했습니다. 신용 평가는 외부 신용 평가사의 기업 신용 데이터 정보 조회로 진행 중입니다. 발표 평가는 콘진원 소속 1명과 외부 전문가 6명이 모인 평가위원이 할 예정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4에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 디스크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중장기 계획 시작…보완 예정"
 
촉박한 사업 일정과 적은 예산이 사업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번 지원 사업은 3개년으로 진행됩니다. 콘솔 지원 사업에 선정된 개발사는 올해 11월까지 데모판을 내야 합니다. 연간 평가를 통해 마지막 3차 연도까지 지원받을 경우, 2027년 안에 제품판도 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콘솔 게임 성공 사례로 든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과 원더포션 '산나비'는 개발 기간이 각각 4년입니다.
 
지원금도 넉넉하진 않습니다. 1~2차 연도를 합친 지원금은 최대 6억원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3차 연도(2027년) 지원 규모는 2026년 평가 때 확정됩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1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의 소형 복각판이다. (사진=이범종 기자)
 
정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콘솔 플랫폼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산 확보 노력도 지속할 방침입니다. 콘솔·인디 게임 지원 예산은 2024년 120억원에서 올해 19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콘솔 게임 제작 지원 기간 및 예산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콘솔 게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의 시작 단계인 만큼, 향후 점진적으로 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예산 증액을 위해 재정 당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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