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유영진 기자) 필리핀은 QR이 지배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별취재팀은 필리핀에 입국하기 전 '이트래블'이라는 전자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갔습니다. 이트래블은 기존에 종이로 작성하던 입국신고서를 대체한 디지털 전자입국서입니다. 여권, 필리핀 방문 목적, 건강 상태 등을 입력하면 개인마다 QR코드가 부여되고, 이트래블을 작성해야 입국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길거리 가로등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광고물도 카드 홍보 QR코드였습니다. 메트로뱅크(MetroBank), 유니온뱅크(UnionBank) 등 필리핀 현지 은행 신용카드 홍보물을 3미터 간격으로 볼 수 있었는데요. 배너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됩니다. 현지 은행들은 디지털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사진 왼쪽은 필리핀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가로등에 걸린 카드 QR코드 배너 모습. QR코드로 연결된 링크로 접속하면 카드 제작 홈페이지(오른쪽)로 연결된다. (사진=뉴스토마토)
전자지갑 지캐시(GCash)나 유니온페이(UnionPay)도 QR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지캐시는 코카콜라와 제휴를 맺어 10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유니온페이는 '현금 없이 식사하세요'라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현금을 사용하던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바로 넘어가는 모습은 태국,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보다 앞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현금에서 QR코드로 바로 넘어간 양상입니다. 한국계 은행 주재원 A씨는 "지금 필리핀 사회가 성장 과도기를 겪는 단계"라며 "과도기에서 벗어나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니파시오에 오픈 예정인 전자기기 가게, 모듈러 주택 가게, 음식점 등도 모두 QR코드로 사전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가게는 QR코드로 홍보하고 있고 심지어 에스컬레이터 안내문과 식당 메뉴도 QR코드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QR코드만 찍으면 어떤 점포인지, 무엇을 판매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홍보가 증가한 이유는 필리핀 내 인터넷 이용자가 급속도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필리핀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73.6%, 휴대전화 개통 수는 전체 인구의 99.3%에 달했습니다. 필리핀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상에 디지털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앞으로도 디지털화가 더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필리핀 정부는 △5G 인프라 구축 △핀테크 및 전자상거래 확장 △사이버 보완 강화 등 전자정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디지털 뱅킹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표준화된 QR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신규 디지털 은행 인가도 추진 중입니다. A씨는 "필리핀 전체가 디지털로 변하고 있다"며 "디지털 발전 속도에 따라 미래에 성장한 필리핀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가게들은 길거리에서 QR코드로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에스컬레이터 경고문에도 QR코드가 부착돼 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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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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