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골프 인구 1000만 시대가 열리면서 골프보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만큼 보험사기도 끊이지 않습니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단하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골프 미니보험 열풍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프보험은 골프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타인에게 신체적 피해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을 때 보장해주는 상품입니다. 여기에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넣는 경우)를 했을 때 관례적으로 치르는 축하연회 비용이나 기념품 구입비 등을 보장하는 약관도 포함돼 있습니다. 적게는 3000원, 많게는 3만원대 보험료로 수백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화재(000810) '착한골프보험'은 홀인원 시 필요한 기념품 구입비, 기념식사·축하회 비용, 동반 캐디 축하금 등을 포함해 최대 20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여기에 타구 사고나 카트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 그리고 본인이 친 공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최대 1억원까지 폭넓게 제공합니다. 또한 시즌형 상품을 선택하면 한 번 가입으로 시즌 내내 보장을 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업계 최초로 개인정보를 별도로 입력하지 않아도 라운딩 동반자 전원이 함께 보장받을 수 있는 '원팀골프보험'을 선뵀습니다. 기존 골프보험은 본인뿐 아니라 동반자의 이름과 개인정보까지 모두 입력해야 가입할 수 있어 번거로움이 컸는데요. 이런 불편을 개선해 팀 단위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팀 내 본인과 동반자의 배상책임은 물론 본인의 상해사고와 홀인원 시 최대 200만원 등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해상(001450) 골프보험은 사고로 인한 후유장애와 배상책임, 그리고 홀인원·알바트로스 기록에 따른 비용을 보장합니다. 골프 경기 중 홀인원 등 특별한 기록이 나올 경우 기념에 나무를 심거나 기념비를 세우는 관행이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식수 비용까지 보장 범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 골프보험과 KB손해보험의 'KB골프보험'도 마찬가지로 후유장애, 배상책임, 홀인원 비용을 보장해줍니다. 보장금액이 낮은 대신 보험료가 2000~3000원대로 구성돼 있어 보험료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소액 단기보험상품 플랫폼 '앨리스'를 통해 'CREW 골프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홀인원 비용과 배상책임 등 골프보험의 기본 보장뿐 아니라 교통사고 대인 벌금, 형사합의금 등 운전자 보장까지 한 번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해당 상품이 인기를 끌며 출시 1년 9개월 만에 판매 1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골프 열풍이 불면서 적은 금액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골프 미니보험이 인기"라며 "홀인원이 가능한 파3(기준 타수가 3번인 곳)에서 홀인원 시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해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다수 손해보험사들이 골프 미니보험을 팔고 있다"며 "홀인원 가능성이 높은 깔대기 홀은 보장을 안 해주기 때문에 약관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허위 영수증으로 보험사기
홀인원 보장은 보험금 청구 절차가 상당히 간단합니다. 홀인원을 기록하면 골프장에서 기념증서 등을 발급받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객이 캐디와 말을 맞춰 홀인원을 한 것처럼 허위로 주장한 뒤, 연회비 명목의 영수증을 제출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홀인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캐디와 입을 맞춰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해당 방식의 보험사기는 2015년부터 꾸준히 적발돼왔습니다. 2017년에는 고객과 보험설계사, 캐디가 말을 맞춰, 돌아가며 보험금을 수취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 140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약 500명 이상이 입건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후에도 매년 비슷한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DB손해보험 소속 설계사가 골프 라운드 중 홀인원을 한 뒤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보험금 302만원을 수령하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습니다. 지에이코리아 소속 설계사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습니다.
홀인원 보험사기는 다른 보험 상품보다 범행을 하기 쉽고, 보장금액도 비교적 소액이라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처벌을 받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험사기 수법이 한층 치밀해지고 정교해지면서 적발 난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청구 방식이 영수증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보험사기를 적발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해당 골프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홀인원이 청구된다면 조사를 나가겠지만 보험사기 방식도 진화하고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골프장에 조사를 나가더라도 골프장의 협조가 없다면 동행인의 제보가 있어야 한다"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라도 강화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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