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에…KDI, '경기 하방 위험' 석 달째 경고
KDI 경제동향 3월호…"정국 불안 영향 점차 완화"
"자동차·철강 등 미 관세 위험 크게 노출" 우려
2025-03-10 16:24:53 2025-03-10 16:24:53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 달 연속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여파 등 정국 불안의 영향은 완화되고 있으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본격화에 통상 환경이 악화됐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정부 역시 지난달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어두운 경제 진단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건설 부진에 수출 악화…경기 하방 위험 확대" 
 
KDI는 10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는데요. KDI는 12·3 내란 사태 직후에 발표했던 경제동향 12월호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된다"고 우려한 데 그쳤지만, 올해 1월호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 2월호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 등 점차 경고의 목소리를 높엿습니다. 
 
KDI는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했습니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27.3%로, 지난해 1월 생산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감소 폭이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건설수주와 건축 착공 등 선행지표 개선세도 악화했습니다.
 
고용시장 역시 건설업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위축했습니다. 1월 취업자 수는 13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가운데, 정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임시직(7만2000명) 증가폭이 크게 확대했습니다. 반면 자영업자(-2만8000명) 및 일용 근로자(-11만6000명)는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내수가 불안하다보니 소비와 투자 역시 부진했습니다. 1월 소매판매는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이 있었지만 고금리 기조, 소비심리 위축으로 보합세를 보이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설비투자도 조업일수 축소 등으로 3.1% 감소했습니다.
 
수출 증가세도 둔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2월 수출은 1.0% 증가했지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5.9%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에서는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전체 수출 활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관세 인상, 수출 하방 압력"…정부도 우려
 
KDI는 "정국 불안의 영향은 점차 완화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통상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무역 위축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부품, 일반기계, 철강 제품 등이 모두 미국 관세 인상의 직접적 위험에 노출되면서 향후 우리 수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 역시 지난달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통상 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면서 장기 불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경기 부진 속 외수(수출) 불확실성 급증'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현재 소비 심리가 미약하나마 개선되면서 내수 경기가 반등의 모멘텀을 모색하는 가운데, 수출 경기는 하강 국면에 진입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한국 경제는 수출 엔진의 성장 견인력 급감을 내수 엔진의 출력 강화로 보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내수 여건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경기 전환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침체가 이어지는 장기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경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사라지기 전에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것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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