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장미 대선'을 앞두고 역대급 '쩐의 전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전쟁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인데요. 여야 모두 '묻고 더블로 가'식의 정책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수 결손입니다. 지난 2년간 87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본격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경우 재원 확보가 담보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 경쟁이 더욱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 감세 드라이브에…이재명 'AI 무상보급' 언급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조세금융포럼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월급이 줄어든 가운데 세 부담 증가 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조세금융포럼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임광현 정책위 상임부의장이 공동대표로 있으며, 이 자리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면서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며 근로소득세 개편 이슈를 띄운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소득세 과세표준을 물가와 연동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와 기본공제액 금액을 올려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속세법 개정안 추진, 법인세 감세 발표에 이은 후속 행보입니다. 민주당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액과 배우자공제액을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전략산업에 최대 10년간 법인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전국민에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제시한 35조원의 자체 추경안에서 소비쿠폰 지급 사업의 규모는 13조원입니다.
또한 이 대표는 '공짜 AI'와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 공유' 등 '공공'에 방점이 찍힌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무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쓸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판 엔비디아의 지분 30%를 국민이 나눠 가진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포퓰리즘' 맹공 국힘도…'현금 살포책' 내놔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 발언을 두고 "무지와 좌파 포퓰리즘 두 가지를 볼 수 있다"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술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한 기반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K-엔비디아 설립과 공공 AI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인당 25만원 지급과 관련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추경 편성 재원은 나랏빚인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해야 한다"며 "결국 부모의 필요에 의해서 빚을 당겨쓸 테니, 이 빚은 자식들이 갚아라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작 국민의힘이 내놓은 것도 현금성 지원책입니다. 지난달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인당 100만원의 에너지 바우처와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 1인당 25만~50만원을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내용의 추경안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4일에는 영세 소상공인의 노후시설 개선과 장비구입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바우처로 지원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추경 편성 규모는 15조원 내외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시장에는 자유를, 세금에는 효율을, 취약계층에는 따뜻한 보호를, 국민 세금은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추경 원칙을 설명하며 "민주당에 비해선 굉장히 적은 예산이고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과 대치 중인 상속세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의힘은 일괄공제액과 배우자공제액을 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항하되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기 대선 전부터 선심성 공약 난무
최근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면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표심을 저격한 포퓰리즘 공약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간 세수 펑크 규모는 87조원에 달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7000억원 증가했으며, 3년간 대규모 세수 결손은 아직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먼 미래 전망은 암울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현 법령·제도를 유지할 때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2.2%에서 2072년 0.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1270조4000억원에서 7303조6000억원으로 5.7배 수준 증가가 예상됩니다.
세수 결손 우려 속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여야가 발표하는 정책들은 사실상 대선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단기간에 국민들에게 이목을 끌만한 정책을 내세워야 하는 만큼 정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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