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난도 금융상품 용어 순화와 교육 강화를
2025-03-04 06:00:00 2025-03-04 06:00:00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처를 거점 점포로 제한하고, 입출금 창구와 분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고난도 투자상품으로는 주식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 등이 있다. 소비자가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만든 상품에 투자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러기에 상품의 내용과 리스크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흔히 말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대중, 특히 금융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손쉽게 고위험 상품에 접근하고, 그로 인해 손해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투자의 자유와 선택권만 침해하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도 있다. 
 
고난도 금융상품을 거점은행으로 한정하고 입출금 창구와 분리하는 조치는 그 자체로 시장 접근성을 크게 제한한다. 투자자들은 여러 은행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쇼핑할 수 없게 되며, 제한된 창구에서만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높였다. 당국은 거점 점포 지정은 은행 자율이기에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현재 4대 은행 거점 점포는 전국을 통틀어 수십 곳에 불과한데, 영업 사정상 쉽게 늘릴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 
 
규제에 나서기 전에 소비자의 안전한 투자를 돕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볼 수는 없는지 아쉬움이 앞선다.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부작용도 덜 수 있는 방법.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대면 판매 규제 풍선효과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더 큰 비대면 판매로 소비가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투자는 본인 책임하에 진행하는 게 원칙이기에 소비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상품의 리스크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도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범위와 효과는 제한적이다. ELS 등 파생상품, 구조화된 금융상품 등은 복잡한 수학적 모델과 여러 가지 변수들이 얽혀 있어 일반 소비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주제다. 그런데도 대부분 교육은 실질적인 상품에 대한 이해보다는 통상적인 설명과 투자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교육 내용을 현실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 관련 용어도 마찬가지다.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상품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지만, 이는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가정에서다. 해부학에서는 영어(원어), 구 용어(한자), 신 용어(한글) 등 3가지를 다 사용한다. 원어로 ‘phalanges’는 구 용어로 ‘지골’, 신 용어로 ‘발가락뼈’다. 금융 분야에서도 구상권은 ‘대신 갚고 받을 권리’, 수탁자는 ‘맡은 사람’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렇게 난해한 단어 옆에 순화한 용어를 병행 표기만 해도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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