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신규 분양이 줄을 잇는 서울 경기 지역 뉴타운 내 준신축 단지들이 가성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규 분양 단지들이 연이어 신고가를 쓰는 동안 물량 부담에 시세가 묶인 선발 주자들이 자금력 부족한 수요자들의 눈에 띈 것입니다. 단지의 입지와 여건은 비슷한데 시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이 뉴타운 완성 후 지금보다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토허제 해제 온기 확산
“지난주엔 일주일 내내 세 팀이 왔었는데 어젠 하루에만 세 팀이 보고 갔어요.” 경기도 광명뉴타운 중에서도 초기에 입주한 단지 주민이 한 달 전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후 최근에 생긴 변화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시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일부를 해제한 뒤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달아오른 열기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부동산 거래도 조금씩 활기를 찾는 모습입니다. 강남권에선 호가가 뛰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다른 곳에선 호가나 시세 변화보다 일단 중개업소를 찾는 방문객과 문의 전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신축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뉴타운에 주목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습니다. 뉴타운 내에서 신규 공급이 진행될 경우 대개 이 단지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주목을 받는데, 이로 인해 먼저 입주한 단지들의 시세가 눌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신규 단지가 새로 쓴 신고가 기록이 높을수록 기존 단지들의 가성비도 커지게 됩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곳의 아파트 매도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입주에 선발주자 시세 눌려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자이레디언트가 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합니다. 공사 막판 건설사가 추가공사비 772억원을 요구해 조합과 줄다리기를 한 끝에 302억원 증액에 합의, 입주는 정상 진행될 예정입니다.
6호선 돌곶이역에서 가까운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가 10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현재 시세는 14억원대 초반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59㎡형도 평균 분양가 7억6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 시세를 이어받은 곳이 도로로 약 2km 거리의 광운대역 서울원아이파크입니다. 서울원아이파크는 1호선에 GTX-C노선까지 들어오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로 생기는 최고 49층 8개 동, 3032가구 대단지입니다. 이 중 1856가구를 지난해 말 일반분양했습니다.
이곳의 84타입 분양가가 13억7000만원, 59타입은 9억7000만원에 달합니다. 고분양가 논란에 일부 미계약이 발생했으나 그럭저럭 잔여 세대를 채워가며 계약률을 90%대로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장위뉴타운과 광운대 대단지 국민평형 신축이 14억원으로 눈높이가 올라가자 실수요자들과 일부 투자자들의 눈이 상대적으로 이보다 저렴한 장위뉴타운 다른 단지들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먼저 입주해 이제 곧 준신축 대열에 들어서는 단지들은 새로 공급된 신축으로 이동하는 수요도 있어 대장단지들을 따라가는 데 몸이 가볍지 않습니다.
장위1구역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의 경우 2019년 6월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6년을 맞습니다. 이곳의 국평은 11억대 호가가 많지만 10억5000만원 매물도 있고, 저층의 경우 10억원 미만도 있습니다. 같은 해 9월에 입주한 5구역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는 이보다 시세가 수천만원 더 높게 형성돼 있지만 11억원 미만 매물도 보입니다.
2020년 12월에 입주해 아직은 신축인 꿈의숲아이파크의 경우 동북선 역 예정지에서도 가까워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장 전까지 장위뉴타운 대장 역할을 했는데요. 그래도 실거래가가 11억원대에 형성돼 있고 아직도 12억원 미만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난 1월 이곳에서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라그란데는 3069가구에 달합니다. 6월엔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들보다 덩치가 큰 이문아이파크자이(4169가구)는 1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대규모 입주가 몰아치는 통에 휘경2구역을 재개발해 2019년 입주한 휘경SK뷰는 전세뿐 아니라 매매도 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평 14억원대 새내기들과는 차이 나는 11억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뉴타운 신규 공급, 기다리면 끝난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뉴타운에서 가장 먼저 입주한 광명1구역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의 경우 현재 국평 시세가 9억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습니다. 2020년 11월 입주할 당시 거래됐던 11억~12억원에서 크게 하락한 상황입니다. 지난해엔 9억대 초반 거래가 많았고 그나마 조금 오른 것입니다.
이는 뉴타운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신규 분양의 영향입니다. 새로 공급이 나올 때마다 신고가가 갱신되고 있으나 이곳은 이웃 단지들의 높은 분양가보다 대규모 물량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59타입이 더 영향을 받아 입주 초기 8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시세가 최근엔 7억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광명4구역 광명센트럴아이파크만 해도 9억원을 넘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인근 광명11구역과 12구역이 뉴타운 내 대장급으로 여겨져 이곳이 분양을 마칠 때까지는 시세가 눌려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올 들어 주말이면 단지 앞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뉴타운과 인근 지역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신규 공급과 신고가 갱신, 이로 인한 지역 내 이동 수요와 시세 조정이 반복되는 사이 수년 전 주인공이었던 단지들이 상대적인 가성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젊은 실수요자들은 이를 기회 삼아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중개업소를 찾은 한 방문객은 “지금은 물량이 쏟아지니까 가격이 떨어진 것 같은데 거주환경에선 다른 단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공급이 마무리되면 신규 단지들과 갭이 줄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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