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카드사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며 대출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지만, 정작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신용평가 모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등 시장 성숙도가 떨어지는 만큼 앞으로 상당시간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이 포화하자 많은 인구와 잠재성장률이 좋은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해외법인 4곳(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3분기 해외법인 4곳의 당기순이익은 총 109억원으로 전년동기(156억원)보단 30.76% 감소했습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에 진출,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카드 베트남법인은 9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2023년 동기 대비 125억원 순손실 대비 적자폭이 줄었습니다. 우리카드의 경우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2곳의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이 2022년 35억300만원에서 2023년 91억90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베트남.(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주력 업무는 부수 업무인 캐피탈과 대출 분야입니다. 동남아 시장에서 본업인 카드 매출 분야의 성장은 아직 더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동남아 현지 특성 때문인데요. 신용평가 모델이 국내처럼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소득수준도 낮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업은 신용 공여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동남아의 경우 개인 신용평가 시장이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다"며 "그러다보니 신용카드업보다는 소매금융이라고 부르는 소액대출 시장에 먼저 진입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델을 어느 정도 수립하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으로 카드 본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지에 진출한 카드사들이 그동안 신용 데이터를 쌓아오고 있는데 '이 정도면 신용 평가를 할 수 있겠다' 하는 시점이 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캐피탈 사업 등 아예 대출 업무에만 집중하겠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카드업을 하지는 않는다"며 "대출업이나 소매 대출이 주를 이루는 데 이는 시장 상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신용카드 업무는 국내에서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거나 라이선스를 얻고 하는 것인데 동남아 시장은 다르다"며 "본업에 주력하려면 관련 업체를 인수해 현지에 진출하는 방식이 돼야 하는데 그런 카드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동남아 쪽은 신용카드업 자체가 많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며 "때문에 오토바이나 자동차 대출 등 현지 상황에 맞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카드사들이 동남아에서 본격적인 결제 업무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판단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이후 신용카드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를 예측하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한 국가나 그 사회의 전반적인 신용사회가 성숙을 해야 하고, 이것이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는 바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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