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물건을 구입하면서 손목에 바코드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거나 급여를 충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같은 실물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먼 미래의 일처럼 보였는데요. 이제 눈 앞의 현실이 됐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손목 바코드는 아니지만 실물카드나 휴대폰이 없어도 얼굴로 결제하는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편의점에서 얼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GS25)
최근 토스가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페이'를 시범 운영하면서 카드업계의 결제 시스템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앱에서 미리 얼굴을 등록하면 별도의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페이'를 등록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사고 서비스 대가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페이는 99.99%의 정확도로 1초 만에 얼굴 인증이 끝나며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가짜 얼굴도 모두 걸러내도록 설계됐습니다. 안면 인식 결제 방식의 범용성을 기대하는 측면에선 카드나 휴대폰 등 별도의 도구가 필요 없는 만큼, 직관적인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층에 주효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급수단의 도난·분실·파손 위험이 없어 정확히 구동만 한다면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도 증대시킨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페이스페이가 보편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에는 갈 길에 멀다는 상반된 의견도 나옵니다. 특히 얼굴을 등록하는 등 생체 인증에 대한 거부감이나 단말기 설치 부담, 관련 규제 정비 등은 극복 과제로 꼽힙니다.
안면 인식 결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여러 기업이 상용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낸 곳은 없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21년 3월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페이스페이 기기를 설치했으나 가맹점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이후 네이버가 경희대학교 내 식당·카페에 '페이스사인' 결제를 도입했으나, 시범운영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2018년부터 적극적으로 보급을 추진했으나,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이 QR코드와 달리 제대로 안착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편리함과 안면 인식 결제의 불안정한 시스템 및 생체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말기 보급도 난관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을 일부 편의점에서 시범운영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슈퍼마켓 등 일반 상점에서도 단말기가 보급돼야만 보편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의 결제 영역은 단말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단말기가 보급되는 데는 간편 결제 회사의 니즈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고, 가맹점주들의 니즈도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생체 간편 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단말기 가격은 10만~2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전법상 카드사들이 가맹점주들에게 단말기 비용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은 점주들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의 보편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안면 인식 결제 특성상 생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까다로운 본인 인증 절차를 감수할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관련 규제 정비는 차치하더라도 페이스페이 결제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 토스만 써야 하는데, 단일 간편 결제 서비스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결제는 결국 습관에서 비롯되기에 범용 서비스가 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안면 인식 결제는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체 간편 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단말기의 도입이나 가맹점 확대의 어려움은 단점"이라며 "금융 업무의 특성상 안전하고 정확한 것이 핵심인데, 페이스페이 시스템은 100% 완벽해야만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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