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한 시점이 44일 남은 상황에서, 미국산 수입량 확대 등을 역제안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패키지딜' 추진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에서 협상 카드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대신, 이를 미국산으로 바꾸자는 내용과 함께 국내에 진출한 제네럴모터스(GM)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 대회 '데이토나 500'을 찾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이 약 708달러(약 103조)로 집계돼 2023년(709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달러(약 50조)로 전체 대미 수출의 27%(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이 확대돼,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 신차가 인기를 끌며 경쟁국들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시한을 '4월2일'로 밝히면서, 지난해 미국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사실상 1위 국가에 오른 한국이 최우선 타겟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미 FTA로 유지되던 무관세가 종료돼 미국 시장 자동차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대중 수출이 급감하는 중 대미 수출마저 꺾이면서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지난 1기 당시에도 자동차 관세 부과를 시도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자동차 관세를 거론하면서 이번에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상 카드로 '패키지딜'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을 협상 테이블에 두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미국산 수입량 확대 등을 역제안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LNG 최대 수출국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는 LNG가 관세 전쟁을 위한 핵심 카드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대미 무역흑자국들은 저마다 LNG 수입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현재 한국은 카타르와 오만 등 중동지역에서 LNG를 연간 898만톤, 46억4700만 달러(약 6조7000억)어치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산 LNG로 제안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일본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LNG 수입 확대와 알래스카에서의 천연가스 합작 개발 등 카드를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패키지딜 대상으로 미국 자동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 시 GM한국사업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GM한국사업장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는 41만8782대입니다. 반면 GM 한국사업장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만4824대에 그칩니다. 사실상 미국 수출에 힘입어 수익 대부분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GM한국사업장의 전체 수익성은 나빠지게 됩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거론되고 있는데, GM한국사업장 철수 여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GM한국사업장은 미국 시장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GM 본사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협상과정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부각시켜 하나의 키로 활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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