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이젠 농산물까지…한파·가뭄 겹쳐 반년째 상승
옥수수, 작년 저점에서 27%↑…미국 재고 하향 전망
물가 상승에 관심 확대…농산물ETF도 ‘움찔’
2025-02-14 06:00:00 2025-02-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트럼프 이슈로 비롯된 금리와 물가 상승은 자산시장도 달궜습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에 이어 최근엔 금이 한창 뜨겁습니다. 국내에선 국제 시세에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될 정도입니다. 금의 강세 행진에 가려 있는 또 다른 실물자산이 농산물입니다. 국제 곡물가격이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와 관련된 자산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가격(3월물)은 부셸당 490.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3일 거래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옥수수 선물은 지난해 8월26일 386.4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후 반년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저점에서 26.8% 오른 가격입니다. 올해에만 6.9% 더 오르기도 했습니다. 
 
밀(소맥)과 콩(대두) 선물가격은 옥수수에 비하면 조금 낫습니다. 작년 8월을 저점으로 오른 것은 닮았는데, 소맥과 대두는 한 달여 오른 후 다시 조정을 거쳤다가 올 들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상승률은 옥수수보다 낮지만 상승 흐름이 뚜렷해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한파·가뭄에 재고 전망 하향
 
국제 곡물시장은 지난해 원유와 금이 들썩이고 커피원두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도 비교적 안정된 편이었습니다. 자본시장의 거래보다는 수요와 공급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상품의 특성 때문입니다. 
 
다만 곡물이기에 날씨에 민감하단 특징이 있습니다. 주요 곡물 생산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느라 전쟁 전부터 곡물가격이 들썩인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개전 후 안정되던 곡물가가 이제 와 다시 오르는 것은 미국 등 북미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닥친 이상기후와 연관돼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겨울을 나고 있는 미국은 한파와 가뭄 때문에 고전 중입니다. 지난달 내내 캔자스주에 영하의 날씨와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겨울밀 재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가뭄은 작년 11월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역시 핵심 재배지역들의 가뭄이 심하고 기온은 평년보다 높다고 합니다. 인접 국가인 브라질에선 반대로 홍수 때문에 토양에 습기가 너무 많아 난리입니다. 
 
이같은 이상기후는 해수면 온도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과 2023년엔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평균보다 따뜻한 엘리뇨 현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중반부터는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낮아져 발생한 라니냐가 진행 중입니다. 
 
결국 미국 농무부는 24년/25년의 곡물 생산과 기말 재고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특히 옥수수와 콩의 전망치 조정폭이 컸습니다. 게다가 일부에선 미국의 곡물 생산 부진과 글로벌 수요 회복이 맞물려 25년/26년에도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또 다른 곡물 생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곡물가격에 변수가 될 거란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산 곡물 등에 보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투기자본 유입시 농산물 급등 가능
 
라니냐 현상은 오는 3~5월에나 조금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이것이 이미 상승세에 올라탄 곡물가를 되돌려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곡물가격이 들썩이면 비트코인이나 금 가격을 올렸던 투기수요가 곡물시장으로 옮겨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관련 상품들엔 가수요가 붙어 실제 현물가격보다 더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국제금융센터는 CBOT에서 거래된 옥수수 선물옵션의 비상업 포지션은 작년 10월말 순매수로 전환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달 28일 42만계약으로 3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두 선물옵션의 경우에도 같은 날 비상업 포지션이 5만7000계약으로 13개월래 최고치입니다. 
 
여기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요소가 물가입니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장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는 전월 대비 0.5% 올랐습니다. 예상치(0.3%)를 크게 넘어선 것은 물론 2023년 8월 이후 최고 상승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여러 행정명령에 사인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물가가 뛰었습니다. 금, 곡물 등 실물자산 가격의 오름세에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발표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가 상승 전망이 강해질 경우 선물시장에서는 상승에 베팅하는 거래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옥수수 선물의 경우 단기간 상승폭이 너무 커서 조정에 무게가 실리지만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곡물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를 때는 농업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관련주들은 일부 농기계 주식을 제외하면 실적 부진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곡물가와의 연관성이 있어 계속 추적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들과 달리 농산물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상승세에 올라탔습니다. 현재 국내 증시엔 농산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2종 상장돼 있습니다. KODEX 3대농산물선물(H)은 옥수수 투자비중이 40%를 넘고 밀과 대두가 각각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의 경우에도 3대 곡물 중 옥수수가 조금 더 많은 편이고 여기에 설탕이 17%를 차지해 구별됩니다. 이들의 주가는 올 들어 12일까지 각각 6.12%, 6.17% 올랐습니다. 
 
상장지수채권(ETN) 중엔 개별 농산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오른 옥수수 가격을 추종하는 신한옥수수선물ETN(H)의 경우 지난해 9월 이후 19.65%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