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26년만에 1000억원대 적자를 낸
엔씨소프트(036570)가 올해 기본으로 돌아가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필요 인력은 확충"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12일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여러 비난을 받았다"며 "'엔씨 신작의 개발력이 떨어진다', '퍼블리싱도 잘 못하는 것 아니냐', '마케팅비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 '이용자와 소통도 적은 것 아니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구조조정과 인원 조정을 통해 게임을 많이 줄였다"며 "더 집중할 수 있는 게임에 넣어서 올해는 출시하는 게임마다 게임의 완성도와 마케팅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하자는 게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박 대표가 '통렬히 반성'한 이유는 기록적인 적자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날 엔씨소프트는 2024년 연간 매출 1조5781억원에 영업손실 1092억원, 당기순이익 9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 증가한 4094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295억원, 76억원입니다. 엔씨소프트 연간 적자는 1998년 이후 처음입니다.
엔씨소프트 2024년 실적 표. (자료=엔씨소프트)
영업이익은 퇴직 위로금 지급 등 일회성 인건비와 신작 마케팅비 증가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엔씨는 지난해 약 5000명에 달하던 인력을 구조조정과 분사를 통해 약 3100명으로 줄였습니다.
엔씨는 올해 목표치를 정해 감원하기보다는 인력 배치와 확충으로 효율화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필요한 인력들은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겠다"며 "엔씨 아메리카를 작년에 굉장히 보강하고 새 대표도 뽑았고, 엔씨 웨스트를 통해 슈터 마케팅하던 사람들을 뽑아 다시 엔씨 아메리카로 전직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마케터나 퍼블리싱 쪽에 슈터 쪽에 보강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효율화 기조는 개발 보완과 광고 선전 비용에도 적용됩니다. 우선 게이머 대상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와 CBT(비공개 외부 검증) 지표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IP(지식재산권)별 효율성을 따져 게임쇼 출품과 인플루언서 홍보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새 경험 주는 MMORPG는 성장"
특히 자체 신규 IP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합니다. 우선 기존 MMORPG 경쟁력을 살린 '아이온2'를 연말 한국·대만에 출시하고, 이후 북미·유럽판은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준비해 출시합니다. MMO 슈터 'LLL'도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략 게임 '택탄'은 상반기에 구체적인 출시 계획을 확정합니다.
박 대표는 "MMORPG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국내와 대만에서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이용자 경험을 갖는 MMORPG보다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계속 나와 식상한 부분이 있어서"라며 "과거 '아이온'과 '블레이드 & 소울'을 냈을 때 전체 시장 규모가 다시 성장했던 것처럼 좀 더 새로운 이용자 경험이 있는 MMORPG가 시장에 나온다면 아직 상당한 잠재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엔씨는 지난해 북미·유럽에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로 해외에 잠재 MMORPG 이용자가 많다는 걸 확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TL 누적 이용자는 700만 명이 넘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AI로 경쟁력 고도화
인공지능(AI)도 엔씨의 효율화를 뒷받침합니다. 엔씨는 최근 분사한 엔씨 에이아이를 통해 자체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타사 서비스를 통한 수익 사업도 편다는 방침입니다.
박 대표는 "게임 개발 측면에서는 저희 쪽 AI가 음성 합성이나 여러 게임에서 세부적인 애니메이션을 분석해 작업 하는 것, 다국어 채팅 번역이나 현지화하는 데 상당히 앞서 있다"며 "이미 실제 게임에 구현시키고 있어서 굉장한 비용 절감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장르에 따라서는 저희 데이터 센터와 AI가 결합한 인 게임 데이터 분석 툴을 많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이걸 상업화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대표는 "새벽이 오기 전에 제일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제일 어둡다, 이렇게 생각해달라"며 "하반기부터 출시하고 배급할 게임에 대해서는 백 투 더 베이식으로 게임성을 높이고, 다듬는 작업도 하고 좀 더 효율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워서 주주들에게 부응하는 기회를 마련해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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