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순환출자' 논란…결국 공정위로

영풍·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신고"순환출자 규제 도입 후 최초 탈법"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고려아연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모습. (사진=뉴시스)

 

영풍·MBK 측은 31일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이성채 최고경영자(CEO),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 등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이달 22일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갖고 있던 영풍 주식(발행주식총수의 10.3%)을 SMC에 매각한 데 관여한 인원들입니다. 이들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이 우려되자 영풍(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의 25.4% 소유)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규 상호출자를 형성했다고 영풍·MBK 측은 주장합니다.

 

SMC는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로 호주에 설립된 해외법인입니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이 SMC로 넘어가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이라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영풍은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21조)와 이를 회피하는 탈법행위(36조)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하는 행위'는 상호출자 금지 탈법행위로 규정합니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 명의로 이뤄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SMC는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며 현금성 자산(2023년 12월 말 기준 792억원)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보유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고려아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영풍 주식을 SMC의 명의를 이용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한 행위'로 볼 수 있어 법령상 금지된 탈법행위에 부합한다는 설명입니다.

 

영풍·MBK 측은 "상호출자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최 회장 측 출자구조와 같이 노골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 회장 측의 탈법행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최초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형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