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더 크게"…요동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주 7일 배송 시작…'로켓배송' 추격
알리바바와 손잡고 몸집 불리기도
2025-01-30 12:00:24 2025-01-30 14:24:49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는 초저가 공세로 빠르게 국내 영향력을 높여 가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를 두고 한 말이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이커머스 시장을 나타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쿠팡, 네이버의 독주와 C커머스의 위협 아래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쇼핑(23.3%)에 이어 G마켓(10.1%)이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동안의 할인 행사와 새로운 멤버십 정책 등으로 충성 고객 만들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G마켓은 이제 물류 업체의 주 7일 배송에 힘입어 일요일 배송을 시작하고, C커머스와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판도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택배 업무를 쉬었던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이커머스사들은 자체 물류센터 없이 주 7일 배송을 시행할 수 있는 데다 풀필먼트 서비스와 결합할 시 밤 12시 이전 주문 상품을 다음날 배송할 수 있어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G마켓과 옥션은 이달 5일부터 도착보장 서비스인 '스타배송' 적용 범위를 일요일로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손을 잡은 이른바 '사촌 동맹'이 물류-유통 협력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일요일 배송 상품은 동탄물류센터에 입고된 14개 카테고리, 15만여개에 우선 적용됩니다. G마켓은 올해 스타배송 서비스 확대를 주요 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일요일 배송 상품을 늘려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배송 역량 확대와 더불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JV·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발표했습니다. 신세계 계열사 아폴로코리아와 알리바바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입니다. 판매 플랫폼은 지금과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합니다. 공정위는 두 그룹의 합작법인 승인 여부 심사를 시작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와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 알리바바의 IT 기술 확보와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점으로 언급했습니다. 또 G마켓 셀러 상품을 글로벌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쿠팡 독주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쿠팡, 네이버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것을 볼 때 토종 이커머스의 '파이 늘리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죠.
 
모기업의 자본력과 사업 의지를 앞세워 다양한 시도를 하는 G마켓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합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협업 행보에 대해 "그간 제고된 역량을 시현하지 못했던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실적 개선 노력을 겸하고 있다"면서도 "외부와의 협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 궁극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G마켓을 비롯해 11번가, 롯데온 등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익성 강화에도 고삐를 조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계속된 투자에도 성과가 미미한 가운데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배송과 가격 경쟁력"이라며 "모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G마켓의 경우 물류와 C커머스 협업으로 약점 극복에 나섰다"며 "협업은 투자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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