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거부’에 공수처 백기…공은 검찰로
이재승 차장 "윤석열, 수사에 비협조적, 사법절차 불응"
윤석열, 26년간 일했던 '친정' 검찰에선 진술할지 주목
2025-01-23 15:24:44 2025-01-23 15:31:26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3일 윤석열씨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송부입니다. 윤씨가 조사를 계속 거부한 탓에 수사에 난항을 겪었던 공수처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검찰은 윤씨의 구속영장 기간 연장을 법원에 청구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윤씨가 친정인 검찰에서도 계속 조사를 거부할지 주목됩니다.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은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윤석열)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계속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 사법절차에 불응하고 있다"며 "공수처가 계속 조사 시도를 하기보다는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이 그동안의 수사자료를 종합하고 필요한 상황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는 것이 사건 진상규명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습니다. 기소는 검찰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수처와 검찰은 애초부터 10일씩 나눠 최대 20일 동안 윤씨를 조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공수처 수사를 일체 거부했고, 공수처는 수사가 막혔습니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에 사건을 언제 송부할지를 두고 고심해 왔습니다. 
 
공수처는 결국 윤씨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부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오전 10시37분 형사사법포털 킥스(KICS)를 통해 관련 자료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습니다. 공수처가 검찰에 보낸 기록 분량은 69권으로 3만페이지가 넘습니다. 이 중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제외하고 공수처가 자체 생산한 자료는 26권 정도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오늘 중 구속영장 기간 연장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즉각 해제됐습니다. 공수처는 직후부터 윤씨를 내란죄로 수사했습니다. 검찰과 경찰 국가수사본부도 윤씨에 대한 수사에 뛰어들자 수사기관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행정부에 속하는 법무부의 산하 기관이고,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란사태에 연루된 걸로 드러나 수사를 주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는 자체 수사로 피의자 윤씨가 불법 비상계엄을 위해 투입을 원한 병력 수, 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원 체포 지시나 추가 비상계엄과 관련한 군 관계자의 진술 등을 추가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차장은 '윤씨가 포고령을 직접 작성·검토했다고 보느냐'는 기자 질의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사진=뉴시스)
 
공수처는 윤씨가 내란 우두머리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고 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부대 사령관들 등과 공모해 2024년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윤씨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수처는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윤씨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은 모두 불법·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줄곧 공수처 수사를 거부했습니다. 윤씨는 새해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후 당일 조사에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부터는 아예 공수처 조사를 거부하는 중입니다. 이에 공수처로선 윤씨의 신병을 10일 가까이 확보하고도 입을 열게 만들지 못했다는 수사력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공수처가 검찰에 윤씨 사건을 조기에 송부하는 것도 이런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걸로 풀이됩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윤씨의 친정입니다. 윤씨는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6년 동안 검사로 재직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특히 윤씨는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윤씨가 친정인 검찰에선 입을 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윤씨 측은 지난해 12월31일 "수사권을 가진 기관에서 (조사를) 해야 된다는 것이고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된다는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또 새해 21일엔 '공수처가 윤씨 사건을 검찰로 송부할 경우 조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엔 "검찰로 이송되면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법조계에선 검찰이 윤씨 사건을 맡을 경우 윤씨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엔 응하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거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재승 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씨가 검찰 수사에 어떻게 협조할지 알 수 없고, (검찰의 기소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를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검찰은 윤씨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에 비상입법기구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 밝혀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도 확인하고, 윤씨의 자백은 못 받더라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질심문은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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