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지켜보는 ‘팀 윤석열’은 위태롭습니다. 윤씨 법률대리인단의 변론은 ‘팀플’(팀 플레이)이 아니라 ‘갠플’(개인 플레이)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편에 선 국회 측조차도 “저런 모습은 윤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윤석열씨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윤씨는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습니다. 이날 기자는 심판정에 들어가 변론과 당시 상황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윤씨의 옆자리에서 주요 변론을 맡은 대리인은 도태우·차기환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변론 내내 두 사람의 돌발행동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대리인들과 사전에 상의되지 않은 행동들로 보였습니다.
도 변호사는 증거 채택이 안 된 영상을 심판정에서 재생해달라고 하다가 재판장의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날 변론은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국회 측 증거로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무장한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윤씨 측도 서증 요지를 진술하며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된 사진들을 제시했습니다.
증거조사가 끝나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양측 의견을 묻자, 도 변호사는 느닷없이 “피청구인 측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문 권한대행이 “증거로 채택 안 되지 않았느냐”라고 했지만 도 변호사는 “공평의 의미에서”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증거로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채택하지 않은 영상을 틀어달라고 우긴 겁니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증거를 채택하는 건 법률상 문제라 공평의 영역이 아니다”고 도 변호사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도 변호사의 주장과 행동에 대해 윤씨 대리인단의 한 변호사는 3차 변론이 종료된 후 기자와 만나 “사전에 상의되지 않은 행동”이라며 “나도 그가 무슨 영상을 틀어달라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심판을 지켜본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도 변호사의 말은 법조인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윤씨 대리인단은 기본적인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변호사는 심판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차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선거 부정에 대해 조만간 미국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꼭 대통령이라고 독립된 선거관리기구 모든 걸 통제하는 건 아니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고 국민적 의구심이 제기돼 대통령으로서 문제를 점검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탄핵심판 직후 취재진이 차 변호사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측과 소통이 있었냐”고 묻자 윤갑근 변호사는 “트럼프 이야기는 제가 잘 모르겠다”며 “사전에 변호인들 논의 중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차 변호사가 했던 말은 '개인 발언'이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윤씨 대리인단은 앞서 준비기일에서부터 중구난방 변론으로 재판관들의 지적을 받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바 있습니다. 똑같은 주장을 여러 변호사가 반복하거나 재판관의 말을 자르고 불쑥 일어나 주장을 펼치는 식이었습니다. 돌발행동 속에 나오는 발언들은 대부분 부정선거와 관련됐습니다. ‘원팀’으로 움직이는 국회 측 대리인단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국회 측은 사전 회의를 통해 각자 변론할 부분을 나누고 정해진 대리인 위주로 법률적 쟁점에 대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인단인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변론을 지켜보면서 윤씨 대리인단을 향해 “엉터리 변호사들”, “사법시험의 폐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윤씨 측의 부정선거 주장이 가장 치열했던 지난 16일 변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저런 방식의 변론은 피청구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절차와 내용에 맞지 않는 부정선거 주장만 하고 있다”며 “음모란자들이 자기 정치하기 위해 모인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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