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편중 '심화'에…소비심리 '비관적'
새해 첫 수출부터 둔화 예상
수요 둔화·반도체가격 하락 전망
고환율·트럼프 등 곳곳 악재
소비심리는 두 달 연속 '비관적'
정치 불확실성에…쇼크 회복 '먼길'
2025-01-22 17:42:02 2025-01-22 17:42:0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새해 첫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시적 둔화를 맞는 분위기입니다. 설 연휴·임시공휴일 등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나흘이 줄어든 탓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된 데다, 트럼프발 관세 장벽 강화까지 도사리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급락한 소비심리도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달 연속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 쇼크 회복은 멀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2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월 수출 둔화할 것"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수출 동향 점검을 통해 "올해 1월에는 정보기술(IT) 제품의 글로벌 수요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6일간의 설 연휴로 조업일수까지 크게 감소하면서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수출 성적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7억6000만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효자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선방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3.9% 급증한 1419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2년 1292억달러인 사상 최대치 기록을 2년 만에 경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새해 첫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효자 품목들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1%(17억1000만달러) 감소한 316억달러에 머무른 상황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15.5일)보다 하루 적은 조업일수(14.5일)와 글로벌 수요 둔화세가 복합된 요인입니다.
 
이달 남은 기간의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설 연휴·임시공휴일 등을 포함해 총 나흘이 줄어들고 수요 둔화세까지 감소 우려가 높습니다.
 
지난해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 품목 편중 지속"
 
특히 핵심 2위 품목인 자동차의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의 호실적을 기록한 상태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성장세에도 생산 차질 등의 요인으로 0.1% 감소한 바 있습니다.
 
이달 20일간의 수출에서는 승용차 -7.3%, 자동차 부품 -10.1% 등 줄줄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침을 드러낸 만큼,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제품(-29.9%), 선박(-16.2%) 등의 주요 품목들도 대부분 줄고 있습니다. 미국(-9.6%), 중국(-4.9%), 유럽연합(EU·-4.0%) 등으로의 수출도 뒷걸음쳤습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시선도 밝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난해 성장을 견인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환율 리스크도 부정적 전망을 더 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고환율 영향 분석을 보면, 반도체 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이 우려되는 분야입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고 달러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 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반도체와 컴퓨터, 선박 중심 특정 품목에 편중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내수 경기 부진에 대한 정책 필요성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 회복까지 시차는 '불가피'
 
현재 소비심리는 두 달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100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지난해 12월 88.2보다 소폭 상향했지만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의 지수를 산출한 지표입니다.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면, 현재경기판단(51)이 전월과 비교해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단, 향후경기전망(65)은 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물가상황 인식 중 물가수준전망(151)은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습니다. 주택가격전망(101)은 2포인트 하락했으며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건형 연구원은 "대내외 차별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탄핵 심리 진행되면서 대내 정치 불확실성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취약한 내수 펀더멘털에 타격 확인되는 만큼 회복까지 시차는 불가피"라고 전망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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