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정부가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단기차익 올리기에 치우친 IPO 시장을 중장기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수요예측 문턱을 높이고 의무보유 확약 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저성과 기업의 퇴출 출구를 넓게 열어 증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방침입니다. 이번 방안은 당장 올해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관 의무보유 확약 확대…초일 가점제 개선
IPO 직후 6개월 간 주가변화. (자료=금융위원회)
정부와 유관기관은 IPO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세 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가치에 기반한 중장기 투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제도를 확대해 단기 매도를 억제하고 기업 가치평가에 기반한 신중한 투자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공모주 중 확약 물량을 40% 이상 우선배정하고 확약 기간에 따라 가점을 차등 부여하며,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합니다.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합니다. 정책펀드인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공모물량의 5~25%를 별도 배정했는데요. 향후 최소(15일 이상) 의무보유 확약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수요예측 과정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소규모 기관투자자와 우회 참여를 제한합니다.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참여자격을 강화하는 한편,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할 방침입니다.
또한 초일 가점제도를 조정해 쏠림 현상도 완화할 방침입니다. 기존 초일 가점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며 1~3일차에 동일하게 완화된 수준의 가점을 부여해 초일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및 사전 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하고, 주관사의 내부 배정기준과 의무보유 조건도 구체화합니다.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도 강화합니다. 기준이 되는 가격괴리율은 50%에서 30%로 축소하고, 최소 의무보유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합니다.
상장폐지 요건 실효성 있게 상향…공시 확대
저성과 기업을 퇴출해 증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도 공개됐습니다.
금융위는 국내 증시에서 상장기업의 퇴출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데 비해 상장기업 증가율은 주요국 대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연평균 99개였으나 퇴출된 기업은 25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주요국 증시 상장기업 수 증가율에서도 한국은 17.7%로, 미국(3.5%), 일본(6.8%), 대만(8.7%)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최근 5년간(‘19년말~’24년말) 주요국 상장회사수 및 시총 등 비교.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저성과 기업의 퇴출 지연은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주가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상장폐지 심사기간 중 거래정지 상태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에 포함돼 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대표적인 상폐 기준인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을 실효성 있게 높이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3단계에 걸쳐 시총 기준을 코스피는 200억원, 코스닥은 150억원으로 올리고, 2029년엔 각각 500억원, 300억원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매출액 요건 역시 단계적으로 상향하되, 일정 수준 이상의 시총을 충족하는 기업은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도 강화됩니다. 지금까지는 2년 이상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완화적인 방식을 취했지만 앞으론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의견을 받을 경우 즉시 상폐하도록 강화했습니다. 다만, 회생 및 워크아웃 기업은 예외적으로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할 방침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후 주식 거래 지원과 정보 공시도 확대합니다. 현재 정리매매 후 사실상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상폐 기업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6개월간 거래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후 별도의 평가를 거쳐 적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K-OTC 플랫폼으로 연계 이전됩니다. 또한 상폐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알 권리를 위해 기업이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마련한 이번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은 이번 1분기 내 규정을 개정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4월부터, 준비가 필요한 사항은 7월부터 시행합니다. 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제도는 2분기까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상폐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K-OTC 내 상장폐지기업부 신설은 내년 1월로 예정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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