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반도 정세, 한국은 배제돼 있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러·우 전쟁 향배 주목
2025-01-16 15:16:53 2025-01-21 10:25:26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과거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제1기 (정부의) 대표적 성과로 인식, 김정은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충성파'인 리처드 그레넬을 특임 대사로, '협상론자'인 알렉스 웡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국정원 "북·미 간 '스몰 딜' 가능성"…미 국방장관 지명자 "북한은 핵보유국"
 
미국이 자신을 위협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제거하되 나머지 북한 핵은 인정하고(동결) 대북 제재를 해제해 주는 선에서 ‘스몰 딜’로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선 과정 내내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했습니다.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핵무기를 많이 가진 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기회 날 때마다 강조했습니다. 말만 한 게 아닙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국무장관 유력 후보였던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대사를 북한 문제를 포함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했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알렉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부보좌관으로 발탁했습니다. 당연히 김정은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국정원은 그 북미 협상 내용이 ‘스몰 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도 1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nuclear power) 지위,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증가에 대한 집중, 증가하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 안정에 위협을 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폭탄'입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로 설정한 미국 역대 정부가 피해왔던 표현을 이제 곧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 장관에 취임할 인사가 공식 사용한 겁니다.
 
예비군 소령이자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는 군사·외교 분야 지식이 높은 인사는 아닙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아세안에서 중요한 나라 하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 호주가 잠수함 관련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3개국 중 어느 한 나라도 아세안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는 '핵보유국'(nuclear power)은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국제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공인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미·중·러·영·프)을 뜻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 달리,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처럼 국제 공인은 안 됐지만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정말로 헤그세스가 나아가서 트럼프정부가 김정은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일까요?
 
한국 외교부는 부랴부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으며 미국 등과 함께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고, 미국 바이든정부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 대화, 당장 어려운 상황… "협상 시작 유일 통로는 푸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북·미 대화가 당장 시작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열차길로 3박 4일간 4500km를 달려갔다가 트럼프에게 당했던 김정은의 충격이 여전합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11월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선언했습니다.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뒤 북방으로 방향을 틀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확실한 뒷배로 만들었습니다. 2018~2019년에 비해 여유가 생긴 겁니다. 트럼프도 우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집중해야 합니다. 북한 핵무제는 후순위입니다.
 
때문에 우선은 실무자 간 대화로 시작하고 성과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 트럼프가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회담하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 국면에서 주목되는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입니다. 트럼프는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 소리쳐왔습니다. 그의 공언대로 이 전쟁이 곧 끝난다면 한반도 정세, 북·미 회담에도 바로 연결됩니다. 트럼프는 원래 친러파입니다. 푸틴과 각별한 관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 동맹' 관계를 회복했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 뒤 트럼프가 푸틴에게 북·미 회담 주선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북·미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푸틴"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한국은 이런 모든 논의에서 배제돼 있고, 아무런 주도권이 없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파탄 났고, 윤석열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면서 그 싹마저 잘라버렸습니다. 협력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렸습니다. 3년을 완벽하게 날려버렸습니다.
 
이제 신속하게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서 맹렬하게 달려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평화롭게 민주질서를 회복해 낸다면 이전보다 오히려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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