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트럼프 효과 ‘에너지·전력·방산’ 우린 다 돼요
비츠로셀 일차전지, 미 인프라투자 수혜
시추장비·유도무기에도 필요
외국인 연일 순매수…올해에만 38% 상승
2025-01-24 06:00:00 2025-01-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환호와 실망이 뚜렷하게 구분된 섹터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따라 에너지, 조선, 방산 등은 수혜가, 이차전지 등은 피해가 각각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몇 개의 수혜 섹터를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어 주목됩니다. 일차전지 제조기업 비츠로셀이 주인공입니다.
 
20일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선 조선, 방산 등 일부 섹터에 속한 주식종목들이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받았던 이차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주식들은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덕에 일부 섹터 불 붙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전 세계 187개국이 모인 협약에서 탈퇴, 친환경 에너지에서 화석연료로 돌아갈 뜻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여기엔 트럼프 대통령이 ‘친환경은 사기’라는 인식을 가진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습니다. 관세 정책으로 수입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의 셰일오일과 가스를 더 많이 수출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미국 일부 연안에서의 석유·가스 시추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미국의 원유·가스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를 실어 나를 유조선과 LNG 운반선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조선주들이 불을 뿜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 해군의 군함 건조 혹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돼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미군의 세계 경찰 역할에 대한 트럼프 특유의 비용 청구도 거세질 전망입니다. 나토(NATO) 회원국 등 우방이라도 만족할 만한 비용을 내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날 기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의 국방비 예산 증액을 불러왔고 자주포, 전차, 미사일 등 한국산 무기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또 다른 정책은 인프라 투자입니다. 트럼프는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예고했는데요. 이중 전력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전력은 발전과 송전, 배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발전소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화력발전이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을 끝내고 협력하기로 했단 소식이 이와 관련돼 있습니다. 한전기술, 하지만 이보다 영향력이 컸던 것은 송배전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날아오르기 시작했는데 올해에도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AI 성장과 함께 스마트그리드 본격화
 
흥미로운 것은,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의 각각 정책에 수혜를 받고 있는데 비츠로셀은 에너지, 방산, 전력인프라와 모두 연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비츠로셀은 리튬일차전지(Li-SOCl2)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기업입니다. 리튬일차전지는 다른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방전율이 낮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온도 범위도 영하 55도에서 영상 85도까지 매우 넓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교체 없이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나 가혹한 환경에서 쓰입니다.
 
대표적인 사용처는 스마트미터, 계량기입니다. 전기·가스·수도 계량기에 필수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관련주로 꼽힙니다. 스마트그리드,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으로 한때 주목받은 개념적 용어였는데, 스마트그리드 구현에 필수인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점점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스마트그리드 뿐 아니라 일반 송배전 과정에도 이런 스마트미터가 필요합니다. 비츠로셀의 리튬일차전지는 현재 5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선 3위권입니다. 
 
사용 온도 범위를 더 높인 일차전지는 고온전지로 따로 분류하는데요. 비츠로셀의 고온전지는 석유와 가스 탐사(MWD, LWD)에 쓰입니다. 비츠로셀의 고온전지는 180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진동과 충격에 강해 주로 시추장비의 모니터링 전원에 들어갑니다. 또 송유관 등 파이프라인의 누수, 균열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필요한 검사 측정기(PIG)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배터리셀 단위로 판매하던 고온전지를 팩 형태로 개발한 결과 석유가스 시장에서 고온전지 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도무기 적용 확산…일차전지 쓰임↑
 
리튬일차전지 SB-D02.(사진=비츠로셀)
마지막 퍼즐이 방산입니다. 비츠로셀이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앰플전지, 열전지 등을 만듭니다. 건물이나 땅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폭발하던 무기가, 폭발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으로 바뀌는 등 무기가 현대화되면서 사용 범위가 넓어지는 제품입니다. 예전엔 유도 미사일에 주로 쓰였지만 요즘엔 정밀타격용 포에도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휴대용 의료장치(AED, 절연 펌프) 등에도 비츠로셀의 일차전지가 들어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매출은 아무래도 스마트미터 등에 필요한 리튬일차전지가 가장 큰데 최근 고온전지와 방산 부문 비중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고루하던 사업에 성장 동력이 생긴 겁니다. 
 
이같은 사실이 주목받으며 외국인의 주식 매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4영업일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기록 중입니다. 그 결과 22일까지 올해에만 주가가 37.8% 올랐습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비츠로셀의 앰플·열전지 매출은 2021년 16억원, 2022년 103억원, 2023년 134억원, 24년 3분기 누적 173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고온전지 매출도 2020년 75억원, 2021년 176억원, 2022년 300억원, 2023년 302억원, 24년 3분기까지 206억원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신냉전시대, 트럼프2.0시대에 맞춰 비츠로셀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10월21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안전관리 우수사업장으로 지정된 충남 당진의 비츠로셀을 방문해 장승국 대표(오른쪽)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고용노동부 제공)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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