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러시아 추가 제재로 유가 들썩…가스·운임 ETF 급등
PNG 막히면 해상 운송 증가…가스·해운 밸류체인 동반 상승
금리·환율 추가 상승 압력…경기둔화 시름 깊어져
2025-01-15 06:00:00 2025-01-15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유가가 전 세계 물가와 금리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돼 증시도 바싹 긴장하고 있는데요. 다른 한편에선 천연가스, 해운 운임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기업들과 원유 운송 선박을 추가 제재 대상에 넣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뉴욕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선물(WTI) 가격은 13일 배럴당 78.82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중동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도 70달러를 오가며 안정세를 유지하던 유가가 이번 미국의 조치로 들썩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러시아 제재→유가→금리·환율 연쇄 반응
 
미국은 서방의 규제 피해 몰래 러시아 석유를 수출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막기 위해 가즈프롬 등 러시아 석유업체들과 유조선 180여척, 관료와 기업인 10여명의 명단을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바이든 정부 말에 단행된 이 조치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란 제재로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러시아산 우랄유, 이란산 원유 등은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원유에 비해 배럴당 10~20달러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유럽 일부 국가들과 인도, 중국 등이 수입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수출 단가도 계속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값싼 원유 공급이 끊기게 돼 유가 상승을 자극할 전망입니다. 전체 원유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유가를 자극하기엔 충분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안정돼 있던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가뜩이나 시장금리 상승으로 위축된 경제는 더욱 압박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가 물가를 자극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상승하다가 4.6%대에 잠시 멈췄던 미 국채금리(10년물)는 미국의 제재 발표 당일인 10일에 바로 4.76%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금융시장에서는 미 국채금리가 5%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은 승승장구하던 미국 주식시장에도 부담이어서 10일엔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1.6%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물가보다 경제 둔화 방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요. 아무리 경제가 우선이어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부담입니다. 게다가 미 국채 등 미국의 시장금리가 오르면 원달러환율 또한 상승 압력을 받아 외환시장도 함께 살펴야 하는 정부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천연가스·탱커운임 ETF 급등
 
유가 상승 조짐에 경제주체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상황인데 다른 한편에선 그 덕을 보는 곳도 있습니다. 
 
최근 일주일 그리고 한 달 새 미국 내 주가 상승률 1위를 차지한 ETF는 천연가스 가격과 유조선 등 탱커 운임을 추종하는 ProShares Ultra Bloomberg Natural Gas(종목기호 BOIL)와 Breakwave Tanker Shipping(BWET)이었습니다. BOIL은 블룸버그 천연가스 서브지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최근 일주일 수익률이 28.85%, 1개월 수익률은 50.31%에 달합니다. 운임선물을 추종하는 BWET의 성과는 각각 42.38%, 29.52%를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하는 상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운임까지 함께 오르는 것은 제재 대상이 러시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해 탱커 시장에선 새로운 선박 수 증가에도 폐선이 극히 적고 운송은 크게 늘지 않아 운임 하락세가 지속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파이프(송유관)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공급이 제한될 경우 이를 대신할 미국, 중동산 수출이 증가해 탱커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겁니다. 
 
실제로 유럽의 러시아산 PNG 수입량은 12월부터 감소했고 LNG 운송선의 경로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2023년 유럽의 겨울은 따뜻했지만 2024년엔 춥다는 점도 에너지 수요 증가와 운송량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탱커 운임지수(BDTI, BCTI)는 아직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원유·가스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과 이들의 주식을 편입한 ETF 등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유·가스선물 외 천연가스 생산, 수송업체에 투자하는 First Trust Natural Gas ETF(FCG)도 지난 한 달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사들의 주가도 올려놓았습니다. S-OiL은 13일 현재 6만4000원으로 올해에만 16.7% 뛰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다른 사업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연초 이후 12.0%의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LNG 운반선 (출처=HD현대중공업)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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