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무디스·스탠다드앤푸어스(S&P)·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 대외신인도 하락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핵심 내용에 대외신인도 관리를 포함할 만큼, 연일 그간 공들인 대외신인도 유지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외신인도 방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한국 대외신인도 관리의 유일한 해법은 정치 불확실성을 어서 빨리 해소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정치 불안 장기화 땐 한국 신인도 부정적" 경고
13일 기획재정부 등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연일 해외 언론과 미·중·일 등 주요국과 소통을 늘리며 한국의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 최 권한대행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경제·금융수장 모임인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매주 열고 수시로 대외신인도 관리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기재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대외신인도 관리를 핵심 방향 한 축으로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연일 대외신인도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신평사 3사는 지난 9일 최 권한대행과 가진 화상면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는데요.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를 던진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해외의 우려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척도는 국가신용등급입니다. 무디스 등 3대 글로벌 신평사가 전체 국제 신용평가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국가신용등급은 20여개 등급으로 세분돼 있는 가운데, 등급은 한 번 추락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리 디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유일한 해법은 정치 불확실성 해소"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이자는 오르고,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또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특히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증가해 물가는 오르고, 기업 부담도 가중됩니다. 경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도 올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팀이 연일 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주요국을 만나 "한국 경제는 견고하다"고 메시지를 내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입니다.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팀의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라는 게 시장의 지적입니다. 시장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당국자의 말이 아닌 정치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관가 안팎이나 정치권, 시장에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정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신인도 관리가 새로운 경제 변수로 떠올랐다"며 "정부가 얘기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대외신인도 관리의 유일한 해법은 정치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 정국이 안정화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신용평가사, 해외투자자, 외국인 직접 투자자, 주요국 재무부 당국자 등과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5.0원)보다 오른 1470.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해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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