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풍향계)③불황 속 묘수…"소비자 마음 읽어라"
기업들 각축전 한층 치열해질 전망
소비자 눈높이 맞추는 것이 관건
'짠물 소비' 행태 지속 흐름에 주목해야
2025-01-10 16:10:00 2025-01-10 16:1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올 유통가에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기업들의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과거 주력으로 활용했던 마케팅 기법, 전략 방향 등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은 시점을 맞이하면서, 유통업계의 '본질'을 되돌아볼 때가 된 것인데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유통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비자에 집중하고, 소비자 눈높이에 초점을 맞춘 정책 수립 및 콘텐츠 생성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업심리지수(CBSI) 전망치는 전 산업이 82.4, 제조업이 85.2, 비제조업이 80.3으로 전월 대비 각 7.3포인트, 3.7포인트, 10포인트씩 떨어졌습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를 뜻합니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이고,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달 제조·비제조 모두 100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전월 대비 낙폭이 상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전반적인 체감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소비자들의 심리 역시 위축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은 집계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집계되며 같은 해 11월 대비 12.3포인트나 떨어졌는데요.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수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에 지난달 초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인데요.
 
유통업계는 일단 발길이 끊긴 소비자부터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나가는 추세입니다. 우선적으로 모객 및 집객이 이뤄져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커지는 까닭입니다. 특히 이커머스 강세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백화점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들을 과감하게 접고, 복합 쇼핑몰로 탈바꿈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대형마트의 경우 신선식품 및 델리 코너를 강화·확대하며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고, 또 특유의 접근성을 무기로 오프라인 업계에서 수위를 차지한 편의점업계는 점포 수를 늘리고 다양한 트렌드를 기민하게 접목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유통 시장을 장악했지만 최근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에 소비층을 뺏기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커머스 업계 역시, 물류 경쟁력 및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플랫폼 간 제휴를 강화하는 등의 타개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 번 연속 금리 인하로 작년보다 올해 소비심리를 둘러싼 여건은 일부 개선됐다"면서도 "아직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를 지향하고,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짠물 소비' 행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오프라인 유통 업태 상당수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의 경우 대형 백화점과 편의점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마트, 가전 양판점, 면세점 등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백화점은 복합 쇼핑몰로 전환하고 있고, 편의점은 출점 증가와 트렌드 리드에 집중하고 있지만, 나머지 업태는 변화의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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