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정치를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이라고 짚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정치를 보면 행여 '말로 싸울 것도 칼로 싸우도록' 바꿀까봐 염려스럽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으로 흐르면서 진영 간 갈등이 그야말로 극에 달하는 양상인데요. 갈등을 해소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정치 본령의 의미는 그 빛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든 간에 사실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사람 숫자만큼이나 서로 간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되, 경청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죠.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논쟁은 반드시 사실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며, 합의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숙의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전제들이 최근엔 거의 지켜지지 않는 듯합니다.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누가 목소리가 더 큰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흐름이 논쟁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무르익지 않은 사고, 아무말 대잔치들이 실시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