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벌써 전고점…미 국채금리 하락 투자 이른가
관세 으름장에 가파른 상승…트럼프, 금리 상승 바라지 않아
‘금융규제’ 연준 부의장 사임…완화 전환시 금리 하락
미국채ETF ‘환헤지 장기물+환노출 단기물’ 바벨 전략
2025-01-10 06:00:00 2025-01-10 08:17:4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7%를 오가며 30년만기는 4.9%를 넘어 2023년 10월의 고점에 근접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정책의 영향으로 고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다만 트럼프 정부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아 금리를 낮출 완화 정책도 함께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시장의 우려를 선반영한 시장금리가 상승을 멈추기만 기다리는 미국 채권투자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달러 강세 베팅이 금리 더 자극
 
8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국채 10년만기 금리는 4.692%를 기록하며 전일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하루 전엔 장중 4.733%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2023년 10월19일에 기록한 고점 4.98%에도 근접한 상황입니다. 
 
30년만기 금리는 4.9%를 넘었습니다. 2023년 같은 날 남긴 최고기록 5.11%까지 불과 0.2%포인트를 남겨둔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장금리로 여겨지는 미 국채금리의 상승 추세는, 지난해 11월 하순 잠시 하락 조정했던 시기를 제외할 경우, 9월부터 이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이라고 한 줄 요약이 가능합니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또는 감축을 위해 우방국까지 강하게 압박하는 그의 정책과, 그 구체적 실행 방안 중 하나인 고율의 관세가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금리가 먼저 오른 것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같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게다가 해당 발언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그사이 시장에선 2회도 많다며 1회 인하 또는 기준금리 동결로 바뀌고 있어 금리 상승 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또한 1월과 3월에 있을 FOMC를 전후해 연준이 변화된 시각을 드러낸다면 미 국채금리가 전고점을 넘어서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미 국채금리 상승 속도가 빨랐던 것은, 금리 상승을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이 가세한 영향이 큽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 초강세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금리 상승이 가팔라진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규제 완화시 금리 하락 작용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금리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요.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가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연준은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이 2월 말로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준 이사 지위만 임기(2032년)까지 유지할 계획입니다. 
 
마이클 바 부의장은 연준에서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강력한 금융규제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선 재무부 차관으로 금융규제 강화를 추진했으며,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으론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에 강력한 자본규제를 적용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도 규제했습니다. 
 
대표적인 규제책이 SLR 규제입니다.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을 자산의 6%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론 은행이 보유한 돈만큼만 국채를 살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대규모 증자를 하지 않는 이상 투자를 더 할 수 없게 만든 것이어서 투자은행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코로나19가 터졌던 2020년 한시적으로 풀어 은행들이 재무부가 각종 지원을 위해 발행한 국채 매입에 나설 수 있게 완화했으나 1년 후 다시 묶었습니다.
 
규제를 완화해 월가 은행들이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 경제를 활성화하길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보니 대통령 당선 후부터 그를 압박했고 결국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 자리는 트럼프 측 인사로 알려진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규제완화로 미 국채를 마음껏 살 수 있게 된다면 시장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차기 정부 인사들에게서 관세율 20%를 낮출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연준 또한 의사록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는 견해를 밝혀 가수요에 따른 과도한 금리 상승이란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사진=연합뉴스)
 
낙폭 큰 미국30년국채(H) ETF 주목
 
미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바람에 1~2년 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국채나 관련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할 경우 이익이 나는데 거꾸로 올랐으니 손실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와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정책을 함께 편다면 가수요가 붙은 지금의 미 국채금리도 언젠가는 안정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도 장기 보유가 가능하다면 굳이 지금 팔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미 국채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여전합니다.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미국달러SOFR금리 추종 ETF보다 미국30년국채에 투자하는 ETF의 거래량이 더 많습니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를 추종하는 ETF보다 30년만기 금리에 연동된 ETF가 더 많이 상장돼 있는데요. 장기물인만큼 레버리지 효과도 큽니다. 그로 인해 지난 9월 이후 주가 낙폭도 큰 편입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작년 9월11일 9046원에서 8일 7690원으로 15%나 하락했습니다. 똑같은 지수를 추종하면서 환헤지만 하지 않은 ETF가 같은 기간 원달러환율 상승 덕분에 낙폭을 절반으로 줄여 -7.17%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만약 가파르게 상승 중인 미 국채금리가 한풀 꺾일 것이고 장기적으론 금리가 하락할 거라 예상한다면 낙폭이 큰 미국30년국채 ETF 중 환헤지한 상품을 매수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금리가 언제 하락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단기금리에 환율 노출형으로 투자하는 미국달러SOFR금리 ETF 등을 함께 매수하는 바벨 전략을 권하고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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