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14: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에코프로(086520)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과 중국산 배터리 저가 공세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와 메탈 가격 하락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재무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공장 신설과 생산능력(CAPA) 증설 같은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재무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사진=에코프로)
2022년 4분기 이후 외형감소 '지속'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가 지난 2022년 4분기(2조956억원)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외형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의 최근 1년간 분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1조9038억원, 4분기 1조2748억원, 올 1분기 1조206억원, 2분기 8641억원, 그리고 올 3분기 5943억원을 기록해 매 분기마다 큰 폭으로 외형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올 3분기 에코프로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5조9854억원) 대비 58.6%로 절반 이상 감소한 2조4790억원을 기록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방산업의 수요 성장 둔화와 메탈 가격 하락이 에코프로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면서 “특히 전기차 판매량 둔화는 이러한 매출 감소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는 저가 공세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에코프로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이 에코프로 계열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코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저가 공세는 사실 에코프로만이 아니라 국내 배터리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중국 GEM이라는 업체와 양극재 합작법인(JV)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투자 지속에 재무부담도 심화
이러한 가운데 에코프로는 원재료 밸류체인 확장과 계열 출자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자금 소요를 겪고 있다. 2022년에는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의 유상증자를 위해 3447억원을 투입했으며, 지난해에는 QMB(PT.QMB New Energy Materials) 지분 인수와 계열사 출자 등으로 427억원의 순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올 1~3분기에도 583억원의 추가 현금 유출이 확인됐다. 또 헝가리,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 신설과 포항공장의 양극재 생산능력 증설 등으로 인해 조 단위의 자본적지출(CAPEX)이 이어질 전망이다.
에코프로 계열사 또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이익 창출력이 크게 저하됐다. 지난해 EBITDA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으며, 올 1~9월에는 -461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특히, 계열 내 핵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은 6조9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3%로 하락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에코프로는 양극재 생산능력을 기존 2027년까지 71만톤 증설 계획에서 2030년까지로 연기하며 투자 일정을 조정했다. 그러나 기존 투자 계획으로 인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CAPEX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박종일 책임연구원은 “외부 자금 조달 및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재원 확보와 함께 기존 투자 자산의 효율적 운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에코프로의 중장기 재무 안정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에코프로가 최근 재정난 속에서 영구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EB 발행은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인데다 스텝업(이자율 상승) 조항 포함으로 잠재적인 재무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또한 지난 24일 에코프로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업황 부진과 늘어나는 재정 부담이 앞으로 에코프로의 자금 조달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