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항공기 가입 보험사 손해 제한적…"재보험으로 리스크 분산"

삼성화재 등 5개 보험사, 항공보험 공동 배상재보험 가입으로 실제 부담액은 적을듯제주항공 "보험사와 관련 논의 시작"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 항공기 가입 보험사들의 손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보험사들이 그간 재보험사와의 계약을 통해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라는 리스크를 분산시켜둔 영향입니다. 

제주항공,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협의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10억3651만달러(1조5257억원)의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습니다. 배상책임 담보의 보상한도는 10억달러(약 1조4720억원), 항공기 자체 손상 보상한도는 3651만달러(약 537억원)입니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폭발해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연합뉴스)

 

제주항공 측은 보험사들과 보험 처리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보험과 관련 "5개 보험사에 분산 가입, 영국 보험사에 재가입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배상책임은 5개 보험사가 나눠 지는데, 항공보험의 간사 회사인 삼성화재가 55%의 비중으로 인수했습니다. 이어 KB손해보험 26%, DB손해보험 13%, 메리츠화재 3%, 하나손해보험 3% 비중입니다. 정확한 배상 규모가 추산되지 않은 가운데, 추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사고 경위 및 책임 소재 등이 규명되면 보험사별로 보상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참사로 보험사들은 거액의 배상책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보험사들이 재보험에 가입한 만큼 부담은 확 줄어들 전망입니다. 삼성화재는 이번 사고의 배상책임금 중 약 0.8%만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머지 99.2%는 해외 재보험사가 부담, 삼성화재에 재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는 보험금 지급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부 재보험을 한다"며 "따라서 국내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보험회사도 1조원이면 한 사고로 회사가 망할 수 있으니, 다른 보험사로 보내는 재재보험으로 돌리는 구조"라며 "재보험사들은 해당 금액에 맞게끔 보험금을 다 지급할 것이다. 1조 보험이라고 치면 재보험 회사들이 떠안는 금액은 최대 10%규모로, 이번 사고가 보험사 재정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부적인 인당 보험금 산정을 두고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 할증 여부도 보상이 나가고 손해율 집계 후에 산정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보험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보험사 손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동차보험은 표준약관이 있기 때문에 사망 시 얼마가 보상되는지 정해져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표준약관이 없어서 당장 보험료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1조5000억원은 최대 한도일뿐 정확한 보상 규모 집계는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다"며 "보험료 할증 여부는 보상이 나가고 손해율 집계 후에 산정될듯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제주항공도 보상금 부담 가능성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제주항공 측의 부담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추후 유가족들과 협의를 할텐데 합의금액이 보험금으로 커버된다면 제주항공 측은 큰 손실 없을 것이지만, 인명피해 보험이 고가인 만큼 제주항공에서 해당 비용을 아끼려고 제한적으로 가입했을 경우, 나머지 비용을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제주항공이 얼마짜리 규모의 해외여행자보험 상품에 가입했는지, 합의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 등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여행자보험 등 개별보험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피해 고객의 보험가입 여부 확인과 보험금 신청·지급을 위해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신속보상센터를 마련했습니다. 보험사에는 피해 고객을 위한 보험금 심사·지급 업무를 최우선 처리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보험금 지급을 위한 현장 상담 창구를 가동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피해 수습·지원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즉시 조치해달라"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인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각자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