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청구서)③'피봇' 시작했는데 여전히 높은 대출 문턱
오락가락 가계대출 관리에 실수요자 발목
2024-12-27 15:18:56 2024-12-27 16:48:25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가계부채였습니다. 금융당국은 급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나섰지만 일관되지 않은 정책에 실수요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겼는데요. 가계대출 급증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는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했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인하 체감도는 낮은 상태입니다. 시장금리 하락에 반하는 당국의 금리 인상 요구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실기'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39조7000억원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10조원 증가와 비교해 4배 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가계부채는 올해 8월 한달 동안만 9조7000억원이 증가하며 2021년 7월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를 0.75%p 추가 적용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시행 일주일 전 9월로 미룬 바 있습니다. 당시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면서 상승장을 예고하는 평가가 늘던 시점으로, 이는 가계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요. 그 결과 7월(7조1660억원)과 8월(9조6259억원)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7월 초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올라탄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4대 은행은 7월과 8월에 총 22회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며, 실수요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원장은 지난 8월25일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돌연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우리(정부)가 원한 것이 아니다"며 "은행에서 미시적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 관리해 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거나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습니다.
 
이런 혼란은 실수요자들에게 큰 불편을 주었으며, 주택 구매를 원하는 예비 실수요자들은 끊임없는 규제 변화에 맞춰 대출 계획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책 변화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고, 대출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을 초래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기 위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금리 인하에도 체감도 낮아
 
한국은행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금리 인하 체감도는 높지 않습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올려둔 가산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어 시장금리 인하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제한 조치 완화 논의에서 아직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조절하자는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내년 대출 문턱이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아무래도 가산금리도 그때 맞춰 점차 낮아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행권은 올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고음이 켜지자 인위적인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 국내 5대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인 횟수는 총 22회에 달했습니다. 이 기간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대 1.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새해를 맞아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금리 탓에 대출 수요는 당장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주기·혼합형)는 지난 23일 연 3.49~5.8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9일 금리가 3.36~5.76%인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과 하단이 0.13%포인트씩 올랐습니다.
 
그간의 고금리 여파로 자금줄이 막혀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55%로 2013년 3분기 1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김병한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됨에 따라 국민들이 곧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신규로 나가는 대출은 저희가 가계부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금리인하가 더뎠다"며 "다만, 한국은행의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는 금융당국 간 협조를 통해 대출금리 인하에 속도가 날 것이다. 지금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인하기에 돌입했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 인하 체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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