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올해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를 비롯해 높은 배달앱 수수료와 차액가맹금으로 인한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갈등 해소까지 시일이 걸리는 데다 가맹사업법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프랜차이즈 사업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도 보완으로 프랜차이즈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불황 여파로 전반적인 외식산업이 어려운 가운데 과도한 규제와 갈등 격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24일 프랜차이즈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조건변경 절차가 강화됐습니다. 필수품목은 브랜드 동일성 유지 등을 위해 본사가 지정한 사업자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품목을 말합니다.
지난 7월에는 가맹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에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추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적용됐습니다. 이달 5일부터는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발효됐는데요. 이에 따라 공급가격 인상 등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가맹점에 불리하게 변경할 시 가맹본부는 점주와 협의해야 하고, 협의 절차를 계약서에 기재해야 합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필수품목 관련 사항이 변경될 때 점주들에게 이를 사전에 통보해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각각 내년 1월과 5월까지 가맹본부·가맹점 간 계약서에 관련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등 음식점들이 자구책으로 '이중가격'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이중가격은 식당을 방문해 주문하는 가격보다 배달앱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배달앱 사용에 대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이중가격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앞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달 배달앱 중개 이용요율을 현행 9.8%에서 2~7.8%로 거래액에 따라 차등화하고, 배달비를 최대 500원 인상하는 상생안을 도출했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1%포인트 올라가고, 고정액인 배달비는 500원이나 올라간다"며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 합의"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내년부터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권고할 방침입니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 모습. 여러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참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최근에는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공급할 때 도매가격에 얹힌 유통 마진을 말합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9월 가맹점주 100여명이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21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데요. 피자헛 판례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업계에 차액가맹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이 번지고 있습니다. bhc치킨 가맹점주 330명이 본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푸라닭과 배스킨라빈스 점주들도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줄소송에 프랜차이즈 사업의 수익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의 경우 로열티를 따로 받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 없이 차액가맹금으로 수익을 남기고 있다"며 "향후 진행되는 소송의 판결에 따라 유일한 수익 구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에도 규제 강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내년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관련 법안 추진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외식산업 자체가 많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 때문에 프랜차이즈업계도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가격이나 맛 등에서 차별화가 잘된 곳은 경쟁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살아남기 어려워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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