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ICT)④'상생' 실종, '분쟁' 불씨만…배달 플랫폼의 위기
배민·쿠팡이츠, 경쟁 심화로 자영업자 부담
정부 개입으로 상생협의체 구성…상생안 냈지만 한계
입점업체 반발 속 이중가격제 도입 논의 확대
2024-12-25 06:00:00 2024-12-25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 배달 플랫폼업계는 유달리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업체들 간 배달비 무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경쟁 비용 부담이 입점 업주들에게 전가됐고, 이에 반발한 입점단체들은 이중가격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상생협의체를 가동해야만 했는데요. 가까스로 극적인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배달앱 업체, 입점업체 등의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차가 확연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무료 배달'로 점유율 경쟁 점입가경
 
배달 플랫폼 간 점유율 경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업계 배달팁 경쟁 과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쿠팡이츠가 와우 할인을 출시한 시기인데요. 와우 할인은 쿠팡 와우 회원이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 가격의 최대 1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쿠팡이츠의 와우 할인은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오랜 기간 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배달의민족(배민)의 입지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올해 초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요금 할인을 위한 '배민1플러스'를 출시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요. 기존에는 업주가 고객 부담 배달팁을 정했으나 '배민1플러스'를 통해 배민은 직접 주문 환경을 분석해 배달팁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갔습니다. 당시 배민이 내세운 명분은 고객 배달비 부담 완화였습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스토마토)
 
배민의 배민1플러스 출시 이후 쿠팡이츠가 배달료 무제한 무료를 선언하면서 업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명분 역시 소비자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음식값이 오른 가운데 배달 플랫폼의 배달비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계속된 바 있는데요. 이 가운데 쿠팡이츠는 기존 음식값 10% 할인 서비스를 무료 배달로 대체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크게 지지 않으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습니다. 
 
입점업체에 비용 전가 '도마 위'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 자영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됐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 와우할인에 노출되려면 스마트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로써 주문 중개 수수료 9.8%와 함께 배달비 부담도 지게 됐습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타사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이츠의 배달비 무료 선언에 배민도 움직였습니다. 배민은 묶음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을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배민은 중개수수료율을 종전 6.8%에서 3%포인트 올려 쿠팡이츠와 같은 9.8%로 변경했습니다. 
 
이처럼 무료 배달로 인한 배달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결국 정부, 시민단체의 압박도 거세졌는데요. 배달 플랫폼을 두고 시민단체는 고물가 등 경기 불안정 및 소상공인 부담 증가의 주범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무료 배달 경쟁을 벌인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 생태계 교란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고, 배민은 수수료 갑질 플랫폼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플랫폼 간 격화된 경쟁이 음식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급기야 정부가 나서 상생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상생협의체 가동에도 한동안 계속해서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하다 결국 12차에 걸친 회의 끝에 수수료 인하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상생협의체의 상생안은 향후 3년간 주요 플랫폼 배달 수수료율을 현행 9.8%에서 2.0~7.8%로 차등 인하하는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매출이 높은 곳은 높은 수수료율을, 낮은 곳은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허용합니다. 
 
이중가격제 도입 불씨 남겨
 
하지만 일부 입점단체들이 플랫폼사가 제시한 상생 방안에 반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상생안에 반대하는 입점단체들은 결국 매장과 배달 가격을 분리해 운영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초부터 회원사 중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배달앱 수수료가 과도해 점주의 수익성 보장을 위해 이중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는 상생협의체의 상생안에 대해 제도적 기반 없이 당사자의 선의에 의존한 합의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을 다시 추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 교수는 "자영업자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가야 전체적으로 활성화가 된다. 현재 제일 힘든 사람이 자영업자라고 생각한다"며 "배달플랫폼은 대기업이라면 다른 수익 모델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자영업자들을 쥐어짜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배달 플랫폼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