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종합관리계좌(IMA) 사업 등을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초대형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IMA계좌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와 수익 배분이 가능해 수익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가 기대됩니다. 다만 정국 불안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증권업황 부진 등 앞날이 불확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키움, 초대형 IB 추진…IMA 1호 등장도 기대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제22차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대신증권에 대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10호 종투사가 탄생했습니다.
이미 종투사로 지정된 키움증권은 내년 초대형IB 인가 신청에 나설 예정입니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금융당국 심사를 통해 인가받을 수 있습니다. 인가를 위해선 △재무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자체 투자가 가능합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가 확정금리형으로 발행하는 단기 상품으로, 리테일 고객에게 판매가 가능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입니다.
키움증권이 인가를 받을 경우 6호 초대형IB가 됩니다. 다만 초대형 IB 인가엔 제법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17년에 신청했지만 2021년에서야 인가를 받았습니다.
종합투자계좌(IMA) 1호 증권사 탄생 여부도 주목됩니다. IMA는 은행 예금과 유사하게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예탁금을 기업대출, 회사채 등 기업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고객에게 배분하는 계좌입니다.
다만 수탁액의 5% 이상을 손실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만 허용됩니다. 금융당국은 모험자본을 더욱 원활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2016년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아직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연말이나 내년 초쯤 종투사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IMA 제도의 방향도 논의할 계획입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IMA 제도의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한 상태이지만 규정이 없어 사업 진출을 관망하는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1년 IMA 서비스 진출을 검토한 바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유상증자로 요건을 갖췄습니다.
증권사들이 초대형 IB와 IMA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은 수익성 강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증권사들은 이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 기업대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요. IMA 계좌의 경우엔 고객별 맞춤형 자산 관리를 제공하면서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사업들은 고액자산가와 법인고객 유치에 유리하고, 대규모 자본 운용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IB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체급이 큰 증권사들은 어떻게든 몸집을 키워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증권업황 전망 어두워 우려도
하지만 경제와 증권업 전망이 좋지 않은 때에 몸집 불리기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덩치를 키우기에 적절한 시기인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내년엔 증권업황은 물론 전체 경제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경기둔화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최근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쳐 내년 전망은 우려 일색입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초대형IB의 핵심은 발행어음인데 시장상황 뿐 아니라 회사로서도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효용이 있어야 하니 상품 소싱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고, 조달한 돈으로 결국 기업에 신용공여를 해주는 건데 돈을 받아놓고 운용을 못하고 이자만 내야 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업황과 관계가 없을 수는 없고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청 시기는 미정이지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계속 추진하던 사업인 만큼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금융에 투자하는 취지로 조달한 자금을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지도 잘 관리해야 하고, 무모한 리스크는 지지 않으려 할 것이기에 업황으로 인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관리할 가능성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발굴하고 자금공급을 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도 초대형IB 신청을 준비 중인데요. 이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사업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청 제출을 해야 하는데 관가가 현재 마비상태지 않냐"며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라서 신청을 하더라도 당장 될까 싶다"고 우려했습니다.
IMA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형 증권사들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우선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IMA제도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가이드가 나와야 그에 맞춰 전산개발 등 실무적인 준비를 할 수 있고, 실제 신청할지 의사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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